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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가득 실은 황포돛배"두둥실"|한강에 3척 진수이어 민속촌에도 2척 띄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이놈의 바람은 왜 안부나 바람이 불어야 노를 안 저을걸 손바닥이 다 부르텄네 어서 가세 마포로 가세마포 들어가 좌정이나 하고 막걸리도 한껏 마셔보세 어여 뒤여.』
우리 삶의 냄새가 물씬한 뱃노래는 남아 있는데 전국의 물산과 문화를 가득 실어 날라 오늘의 한양을 있게 한 돛배들은 자취를 감췄다.
도로와 철도의 발달로 해방후 모습을 감춘 돛배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그 옛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 23일 돛배 3척이 한강에서 진수한데 이어 4일 용인 한국민속촌 내 하천에서 대·소형선 2척이 진수식을 가졌다.
한국민속촌은 고 문헌을 통한 고증과 56년간 한선 제작에 몸바쳐온 도편수 박정옥 옹 등 한선 제작전문가 6명에게 의뢰, 대선(길이 52척, 폭20척, 높이 6척, 선적량 7백50섬), 소선(20척 5촌, 6척, 2척5촌, 10섬)2척을 건조, 촌 내 하천에 띄움으로써 우리의 범선문화를 재현해 냈다.
돛배는 신라 때부터 우리의 하천과 바다를 누비기 시작, 고려 때에는 길이 96척이나 되는 군 선이나 쌀 1천 섬 적재능력의 조운선이 등장했다.
이어 조선 세종 때에는 왜구를 막기 위해 길이 1백20척이나 되는 주력선을 포함, 군 선이 9백여 척이나 됐다는 기록이 나타나며 명종 때는 판옥선이 등장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판옥선은 갑판 위에 한 층을 더 올린 2층 배로 높이가 높아 효율적으로 해전을 수행할 수 있는 배다. 판옥선의 상 갑판 대신 철갑을 씌움으로써 드디어 거북선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한선은 배 밑바닥이 편편한 구조인 평저선으로서, 또 방향타가 배 밑 앞으로 나와 있어 수심이 낮고 개펄이 많은 우리의 하천이나 연 근해 운항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돛배는 용도·규모·돛의 색깔·활동범위 등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용도에 따라서는 조운선(곡식 운반)·군선·상선·어선·시선(땔감·목재운반)등이 있으며 돛의 색깔에 따라서는 황포돛배·갈포돛배·감포돛배 등이 있다.
문익점이 무명을 전래하기 전까지는 갈대 등을 이용한 돗자리로 돛을 만들었으나 무명이 전래된 후부터는 광목으로 돛을 만들었다. 또 광목을 황토흙물에 담가 물을 임으로써 통풍을 막고 돛의 견고성도 더하게 만든 것이 바로 황포돛배다.
한편 배의 활동무대에 따라서는 경강선과 지토선으로 크게 분류된다. 경강선은 총5백14km의 한강수로 중 조선 한성부가 주관하던 광진에서 양화도까지를 근거지로 활동하던 배를 일컫고 지토선은 한양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던 배를 일컫는다.
경강은 남한강과 북한강, 그리고 강 어구에서 합류하는 임진강과 예성강에 의해 중부 내륙지방과 연결되고 남한강이 소백산맥을 넘어 낙동강과 이어짐으로써 경상도 지방과 통할 수 있으며, 서해 연안항로를 통해 남으로는 충청·전라·경상지방, 북으로는 황해·평안지방과 연결되었다.
이같이 한강의 돛배는 서울, 나아가 한반도 번영의 상징이었다. 이러한 황포돛배가 올림픽을 맞아 다시 우리의 하천에 두둥실 떠올랐다.
순풍에 예성강을 따라 개성, 그리고 강화도를 비켜 돌아 대동강까지」오르내리던 기억을 안고 통일의 앞날을 기다리는 소망을 가득 실은 채 한강의 명물로 등장한 것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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