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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서 가투 자제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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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각 대학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올림픽기간 중 폭력시위는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일부 강경론도 있지만 운동권학생들은 대체로 올림픽기간 중 국민여론을 의식, 투석 등 가투시위는 피하되 대학 내에서의 문화·체육행사를 통해 공동올림픽의 당위성·5공비리 척결 등 자신들의 주장을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주체역량의 준비정도 및 올림픽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 여론을 무시하면서까지 마구잡이로 투쟁을 벌이는 주관적 모험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서울대총학생회의 입장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폭력시위자제=고려대 총학생회는 6일 오후3시 교내 민주광장에서 열린「2학기 총학생회 진군식」에서 『올림픽기간중 평화적인 방법으로 반미·통일·반 독재운동을 전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대총학생회는 또 이 기간 중「분단올림픽」의 반민족성·반통일성을 내외에 홍보키 위해 각종 문화행사와 강연회, 국민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 등을 펴기로 결의했다.
총장실 점거사태와 이에 따른 학생회간부들의 제명·구속·사퇴 등으로 와해된 뒤 재선거를 거쳐 6일 새로 발족한 서울대총학생회의 경우 『올림픽시기의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신중해야 한다』며 올림픽기간 중 평화적 옥내외집회· 문화행사·공청회·전시회 등을 열 방침이다.
서울대총학생회는 이같은 행사를 통해 △한반도 비핵법안 제정추진 △남북불가침선언 촉구 △양심수 석방투쟁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연세대총학생회도 이기간 중 「가투」등 폭력시위를 자제하는 대신 통일노래제·한가위대동제를 열고 각종 자료집을 발간해 대국민 「홍보전」을 펴겠다는 것.
학생들은 또 올림픽기간 중 가정학습 내지 휴교령이 내려질 것에 대비, 「휴교반대투쟁」 도 준비중이다.
◇문화행사=올림픽기간 중 각 대학·재야단체들이 추진중인 문화행사는 「서울지역 청년학생 체육대회」(9월15∼17일), 「민족화해를 위한 연세인 문화제」(19∼21일), 「한반도평화와 통일을 위한 범민족대회」(22∼27일), 「세계평화애호 체육인초청 문화한마당」(29일) 등 다양하다.
특히 「세계체육인초청 문화한마당」에는 공산권·제3세계를 포함, 서울올림픽에 참가한 각국 선수·임원도 초청한다는 것.
학생들은 이밖에도 올림픽기간 중 「반전반핵 평화옹호주간」을 설정하는 한편 각 대학 캠퍼스를 「공동올림픽 쟁취투쟁의 성지」로 선포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강경론=대학가 운동권 일부에서는 이같은 「시위자제」 움직임을 「패배주의」라고 비난, 파출소습격 등 「직접투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2일 고대에 나붙은 「민족민주학생연맹」 명의의 대자보는 『우리가 현정권과의 「직접적 투쟁」을 올림픽이후로 미루면 그만큼 우리의 민주화는 멀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대의 한 대자보는 『아시안게임 때와 같은 수비적인 가투는 지양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배세력의 음모를 용인하는 불순한 사상의 소치』라고 전제한 뒤 『교내에서의 평화적인 대동제보다는 직접투쟁을 통해 현정권의 분단고착화 음모를 저지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떻든 대학가의 이같은 가투 자제움직임은 학생들이 올림픽을 원만히 치르도록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여론을 외면한 투쟁은 자신들에게 불리할 뿐이라는 대부분 학생들의 자기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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