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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위 핵단추 없앤 사람" 김정은도 트럼프 추켜세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싱가포르에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12일 싱가포르에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김정은 핫라인 통화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첫 통화'는 과연 17일(현지시간) 이뤄질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핫라인 통화'를 예고한 가운데 과연 두 정상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향후 추가 협상에 어떤 입장을 내비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화가 성사될 경우 양측이 대화 내용을 어느 정도 공개할 지도 주목된다.

예고대로 17일 두 정상 간 전화통화 성사 여부 관심 #김 위원장에 한미연합훈련 중단 결정 직접 밝힐 공산 커

워싱턴 외교가에선 두 정상이 직통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을 순 있지만 공식 핫라인은 아닐 가능성이 커 통화를 하더라도 간단한 안부 교환 정도로 그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방침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직접 이를 알릴 공산이 크다. 이날 미 국방부 대변인실도 "3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느냐"는 본지의 질문에 "우리는 대통령 지침(guidance)의 이행을 위해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김 위원장의 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백악관 주변에선 6·12 싱가포르 회담 시 김 위원장이 "전 세계 사람들이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내 책상 위에 있는 핵 단추를 없애버리게 한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란 사실이다. 모두들 그걸 알고 당신(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해야 한다"란 말을 했다는 얘기도 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까지 '트럼프 칭찬하기' 전략에 가세한 셈이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만약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기자회견이나 귀국 후 인터뷰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밝게 웃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밝게 웃고 있다.

한편 두 정상은 지난 12일 오전의 단독회담에서 서로의 직통 전화번호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독회담 도중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잠시 회담장으로 불러 이들을 통해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이어진 확대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이 같은 사실을 배석자들에게도 알렸다고 한다.

한편 미국 내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사그러들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토로가 격해지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는 16일(현지시간) "협상의 달인임을 자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 회담의 합의문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한 첫걸음이었다고 여기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트럼프는 의원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 공화당 내에서 더욱 열렬하게 지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목표로 내세웠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물론 비핵화 기한 등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이 합의문에 담기기 못한 것을 두고 미 조야에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난 핵전쟁의 위험을 막았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는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난 오바마와 달리 그 문제(북한 비핵화)를 풀었다. 그 문제는 대체로 풀렸다. 합의를 안 했다면 핵 전쟁이 나게 된다. 그럼에도 (회담을 포기하고 회담장 밖으로) 걸어나가 '끔찍하다'고 말했어야 하나. 전쟁이 났더라면 3000만, 4000만, 5000만 명이 죽었을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유튜브를 통해 발신한 주례연설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 행정부들의 실패한 (대북) 접근과의 완전한 단절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 간 만남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AP통신은 "트럼프는 만약 오마마 전 대통령이 같은 일을 해냈다면 훨씬 더 후한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의 확대정상회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의 확대정상회담.

트럼프의 이런 노력과는 달리 미국 내에선 여전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에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워싱턴포스트가 17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회담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 같다"고 답한 응답은 41%로, "그럴 것 같지 않다"의 53%에 비해 뒤졌다. 또 이번 회담이 성공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미국, 북한 모두 "(성공인지 실패인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반응이 56%를 차지했다.

의회전문 매체인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핵 위협이 없다'고 하지만, 예측불가능한 국가(북한)가 만약 (비핵화 약속을) 완수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적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군축협회(ACA)의 캘시 대븐포트 비확산정책국장도 "성급한 승리 선언은 북한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무책임한 처사"라며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정립을 비롯해 이후 협상의 과정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협상 라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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