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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털이 기술을 지배하더라" 슬럼프 딛고 날아오른 NC 박민우

중앙일보

입력

11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위즈 대 NC 다이노스 경기 1회말 무사 주자 1루 상황 NC 김성욱의 홈런으로 1루주자 박민우가 홈으로 들어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8.4.11/뉴스1

11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위즈 대 NC 다이노스 경기 1회말 무사 주자 1루 상황 NC 김성욱의 홈런으로 1루주자 박민우가 홈으로 들어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8.4.11/뉴스1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2루수 박민우(25)는 올 시즌 초반 지독한 슬럼프를 경험했다.

경기에 꾸준히 출전했지만 4월까지 타율이 0.198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에 최하위권이었다. 그렇다고 'NC 돌풍'의 주역이었던 그를 쉽게 뺄 수도 없었다. 2012년 NC에 입단한 박민우는 지난 3년간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며 NC 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개인 최고인 타율 0.363으로 타격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팀 성적 추락과 맞물려 박민우의 부진이 크게 부각됐다. 박민우는 결국 지난 4월 28일 창원 두산전을 마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2군행을 통보받기 전 박민우의 10경기 타율은 0.061(33타수 2안타)에 불과했다.

박민우는 당시를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기"라고 떠올렸다. 그는 "주변에서 많은 분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려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위로가 오히려 더 힘들었다"고 밝혔다.

지난겨울 발목 수술을 받은 박민우는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겨우내 재활에 매달린 그는 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렸지만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수술 후유증을 걱정했다. 박민우는 "부진의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 수술 후유증은 아닌 것 같다"며 "작년에도 시즌을 재활군에서 시작했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그냥 내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1회말 삼성 박해민이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결과는 NC2루수 박민우에게 태그 아웃. 2018.4.26/뉴스1

26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1회말 삼성 박해민이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결과는 NC2루수 박민우에게 태그 아웃. 2018.4.26/뉴스1

2군에 내려간 박민우는 3일간 배트를 놓고 마음을 정리했다. 평소 그가 아버지처럼 따르는 이동욱 잔류군 코치와 대화를 나누며 해결책을 찾아갔다. 멘털 코치의 조언도 들었다. 그는 "결론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였다. 러닝, 티배팅 등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했다"며 "결국 멘털이 기술을 지배하더라. 잘 치는 선수 인터뷰를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다잡지 못하면 부진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1군 엔트리에 복귀한 박민우는 조금씩 타격 감을 찾고 있다. 5월 한 달간 타율 0.388을 기록하며 상승곡선을 그렸고, 6월에도 타율 0.432로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박민우가 살아나면서 최하위 NC도 반격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13일 창원 LG전에서 그는 1번 타자로 나서 3타수 3안타·1볼넷을 기록했고, 14일에도 5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2경기에서 7안타를 몰아쳤다. 시즌 타율은 0.294까지 올랐다.

지난 13일 경기 후 만난 박민우는 "올 시즌 수훈 선수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수줍게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2군에 다녀온 뒤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그동안 내가 해야 할 플레이를 못 한 것 같다.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자신감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우는 지난해 11월 일본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 참가했다. 그가 성인 대표팀에 뽑힌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APBC에 참가했던 많은 선수들이 올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을 경험했다. 오는 8월 열리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에 대한 부담이 부진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APBC는 만 23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로 당시 대표 선수 대부분이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경기, 2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킨 대한민국 박민우가 선발 박세웅을 다독이고 있다. 2017.11.19/뉴스1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경기, 2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킨 대한민국 박민우가 선발 박세웅을 다독이고 있다. 2017.11.19/뉴스1

박민우는 "국가대표에 대한 부담이 물론 있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많이 설렜고, 자긍심도 매우 컸다. 나 스스로 '태극마크를 오래 간직하자'고 다짐했다. 올해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프리미어12(2019년), 도쿄 올림픽(2020년)에 꼭 나가야겠다는 목표도 생겼다"며 "주변에서도 하던 대로만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기대만큼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스스로 무너졌던 것 같다. 구렁텅이로 빠져 버렸다"고 했다.

시즌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박민우는 지난 11일 발표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APBC대회에서 뛰었던 선수 가운데에선 박민우를 비롯해 4명이 선발됐다. 박민우는 "믿고 뽑아주셨으니 그 믿음을 증명하는 것만 남았다. 내 장점을 잘 살려 팀과 나라에 보탬이 되겠다"며 "늘 '넌 국가대표가 될 선수'라며 격려해주신 김경문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창원=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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