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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썩은 냄새 진동하는 공천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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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돈을 준 사람은 3선 의원 출신으로 5.3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전북 김제시장 후보로 공천받으려던 최낙도씨다. 조 총장은 "최 전 의원이 선물을 주겠다며 승용차 열쇠를 달라고 해 넘겨줬을 뿐 돈 상자가 실려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조 총장은 공천 희망자가 사무총장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뻔히 알 만한 경력 보유자다. 동교동계 출신으로 수십 년을 정치판에서 보낸 조 총장이 그것을 몰랐다고 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직후 열린우리당이 분당하면서 17대 총선에서는 의석 10석을 얻는 데 그쳤다. 김대중 정권 시절의 집권당이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이제 겨우 전남 지역에서 기반을 되찾아가고 있는 와중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공천장사에 눈이 어두워져 있으면서 무슨 염치로 재기를 노리는가. "자금난 때문에 특별당비를 받았다"는 변명도 가당찮다. 특별당비를 받는 것은 공천장사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경험과 자격을 갖춘 인물을 찾아내 주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지역 기반이 있다고 호남에서, 또 영남에서 돈을 받고 마구잡이로 공천하는 것은 주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다.

이런 공천장사는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정치가 이런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비극이다. 썩은 정치인들을 몰아내야 한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았다고 무조건 표를 줘서는 안 된다. 함량 미달의 인물에 대해서는 표를 주지 않는 게 이들의 버릇을 고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