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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역대 대통령의 권력 생산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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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통령과 리더십
김호진 지음, 청림출판, 464쪽, 1만9800원

"물가가 왜 이렇게 올랐어. 다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이런거야."

보통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이런 말. 내가 못 사는 것도, 교통이 막히는 것도, 황사가 날리는 것도 다 애꿎은 대통령 때문이다. 모든 걸 대통령탓으로 돌리는 건 반대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가지는 '절대 권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한국 사람들의 최고 관심 대통령과 리더십에 대해 말한다. 그것도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구체적 실명을 거론하며 한국 역대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시켜 왔는가 기술한다. 초대 이승만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기 좋아하는 가부장적 권위형, 박정희 대통령은 권력 동기가 강한 교도적 기업가형, 전두환 대통령은 보스 기질이 강한 저돌적 해결사형으로 설명된다.

또 노태우 대통령 소극적 상황적응형, 김영삼대통령은 공격적 승부사형, 김대중 대통령은 계몽적 설교형으로 분류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빠질 수 없는 법. 따로 한 단락을 떼내 구체적으론 다루진 않았지만 "기득권과 보수를 성토하는 젊은 세대의 분노가 바람의 핵이었다. 이 핵을 조정하는 타고난 정치 마술사가 노무현이다. 그에게 선거는 '선수들끼리 국민을 속이는 게임'이었다(426페이지중)" 처럼 중간 중간 노무현 리더십에 대한 분석도 있다.

노동부 장관과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저자는 학술적이기보다는 실증적이다. 덕분에 그의 분석이 귀에 쏙쏙 와 닿고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살린 날카로운 직관력도 곳곳에 돋보인다. 다만 어딘가 한번쯤 들었던 것 같은 이야기, 또한 한 인물에 대한 분석이 단순 나열식에 그쳤다는 점은 아쉽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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