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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발표 국민반응 어떨까 걱정|「오부장 사건」국방부수사발표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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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건전모를 발표하고 난 군당국이 특히 관심을 쏟는 것은 이진백 소장이 직접 관련이 있는지 여부와 이 소장 신병처리에 대한 여론의 반응.
수사당국은 이 소장 및 이·권 준장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더 이상의 배후가 없는 것으로 사실상의 결론을 내리고있어 설령 시비가 있더라도 「태풍」이 지나갈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으나 이 소장 신병문제는 가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이는 이 소장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11일 보고를 받은 뒤에도 직속상관인 참모총장 등 군수뇌부에 사실을 감추고 허위보고 했기 때문에 단순히 묵인했다는 정도로 보직해제·예편처리가 가당하느냐는 여론의 압력은 계속 될 것이라는 중론 때문.
군당국은 30일 수사결과전모발표에서 이 소장을 직위해제 했다고만 했을 뿐 「불구속입건」이라는 표현을 삭제해 눈길을 끌었다.
사건전모발표 다음날인 31일 국방부 및 육본주변에는 다소의 긴장감이 감돌면서도 군수뇌부가 유임되는 등 당초예상보다 파장이 작은 탓인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
오자복 장관은 이날 국회국방위준비를 위해 평상시보다 일찍 등청했고 관계관들은 답변자료 등을 최종 점검하느라 분주한 모습.
한 관계자는 『수사당국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느라 할 수 있는 한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어떤 추궁이 있더라도 더 이상 얘기할 것이 없는 상태』라고 국방위에 임하는 입장을 설명.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에서 조작 운운하는데 사건을 실제보다 축소하는 것은 조작이지만 실제이상으로 확대시키는 것도 조작이기는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이 사건의 진상이라고 강조.
오 부장사건의 수사발표는 국방부본관건물 2층 기자실에서 50여명의 취재진이 좌석을 다 메우고도 모자라 20여명이 선 채로 진행. 이를 본 공보관계자는 『국방부기자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은 처음』이라며 이 사건에 쏠린 여론의 「엄청난 관심」에 새삼 놀라는 표정.
수사발표를 한 이흥식 국방부대변인은 시종 상기된 표정으로 15분간 발표문을 톤 높은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으며 『이 준장과 권 준장을 구속하고 이 소장을 직위해제, 의법조치하겠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또박또박 액센트를 주어 「범죄를 저지른 장군」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한 인상.
오 부장사건 수사발표 후 이흥식 국방부대변인은 기자들의 접근을 피하며 출입통제된 사무실로 급히 사라져 일문일답을 요청하던 취재진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발표문상에 나타난 의문점을 풀지 못해 끝내 아쉬움.
국방부의 한 간부는 이 사건에 쏠린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행여 「박종철 사건은폐조작」과 같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으나 이날 아침 있은 이진삼 참모차장주재 간부회의에서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려 수사발표후의 대변인 기자회견이 무산됐다는 후문.
수사발표문만으로는 여전히 석연치 않는 점이 있어 취재진사이에 즉각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범행에 사용됐던 3406호 승용차는 정보사령부 본대 소속차량인데 이 차량을 예하부대원인 박 소령이 누구의 허가에 의해, 어떤 경위로 사전답사와 사건당일 이틀동안 빌어쓸 수 있게되었는지 ▲박 소령의 작전팀원이 모두 10명인데 발표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5명 외의 나머지는 이 사건에 개입되지 않았는지 ▲안 대위는 사건당일 범행에 가담치 않고 범행직전에 원대복귀시켰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경찰수사에서도 확인된 사건현장에서 범인 3명이 타고 도주했다는 마크V 승용차가 군수사발표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이유 ▲차량변조에 관련된 장교·사병들의 처벌여부 ▲오 부장에게 4월 이후 협박전화가 걸려온 사실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 점 등이 지적.
오 부장사건의 수사전모발표는 사건의 파장을 최대한 막는다는 정부·여당의 조기수습방침에 따라 30일 오전 11시쯤 하기로 예정되었으나 이날 오전 중에 있은 청와대의 결재 때문에 오후 5시로 연기되었다가 오후 4시로 다시 변경.
이날 청와대에서는 이진백 소장에 대한 조치를 직위해제로 끝낼 것인지, 구속수사로 할 것인지에 대한 방침을 결정하느라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뒷얘기.
이진백 소장의 거취와 관련,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더 수사를 해보겠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것 이상은 기대할 수 없을 듯 하다고 말해 이 소장에 대한 문책은 예편수준에서 끝날 전망.
이 관계자는 『이 소장을 의법처리한다는게 무슨 말이냐』는 질문에 『그의 범행관련 정도에 따라 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라며 『정도가 약할 경우는 예편조치로만 끝날 수도 있다』고 설명.
국방부 등 군주변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보였던 오자복 국방장관이 유임될 것으로 전해지자 다행스러워하는 표정들.
오 장관은 이날 오전 육군헌병감을 대동하고 대통령에게 사건수사결과를 보고하러 가면서 사표를 휴대했었는데 반려됐다는 후문.
오후 1시30분쯤 국방부청사로 돌아온 오 장관은 『잘됐다』는 기자의 인사에 『기합만 잔뜩 받았다』고 응답.
군 관계자들은 『오 장관과 이종구 육군참모총장이 유임됨으로써 예상됐던 인사태풍이 가라앉게 됐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수사결과가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질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30일 사건전모 발표에서 국방부는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말을 되풀이.
이흥식 대변인은 『사과한다』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며 심기일전해 군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테니 국민의 군대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게 지도편달과 격려해달라』고 거듭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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