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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부정」한 적 없어요|일본 사회당 위원장 「도이·다카코」단독회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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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회당 위원장으로 당선된 초기에는 「서울올림픽」 마저 「제24회 올림픽」이라고 부를 만큼 한국에 냉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일부러 「서울올림픽」이란 말을 피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지난주 체일 중 사회당의 대한정책이 시정되어야 한다고 발언했으며 그 같은 입장 때문에 김 총재의 대사회당 접촉이 소극적이 되었다고 느끼지 않았는가.
▲그런 인상은 받지 않았다. 사회당이 한국의 존재를 부정한 적은 한번도 없으며 한국 민주당도 그것을 인식하는 것 같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관한 토론이 벌어졌을 때부터 사회당은 남북한을 한국과 북한이 각각 지배하고 있으나 한쪽이 조선전체를 대표하는 정부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왔다.
그러나 한국민중이 저항해온 군사정권과 우호관계를 가질 수는 없었으며 그것이 한국불인정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회당이 북한 노동당과 극동성명을 통해 그들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온 것은 공당의 입장에서 벗어난 행위가 아닌가.
▲일본정부는 한일기본조약에서 38도선 이북에 그 지역을 지배하는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그 권위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대시해왔다. 북한과 당대당의 우호관계를 갖는 것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민족의 도의와 책임에 관한 문제다. 북한과의 교류 때문에 한국존재를 부정했다든가 관계를 갖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한국동란 문제나 랑군 테러사건·KAL기 테러 등에 대해서도 사회당은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인상이 짙다.
▲사회당은 북한과 사이에 여러 가지 공동성명을 냈는데 어떤 부분의 표현이 이상하다면 그것은 당시 정세 때문에 언어나 고유명사 사용에 기인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사회당이 좀더 사려 깊게 표현을 했어야 했다.
-작년 북한의 KAL기 테러사건에 대해 사회당은 「진상은 불명」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입장도 그때와 같은가.
▲무언가 정세가 달라진 것이 있단 말인가. 누가 보더라도 납득이 될만한 확증이 없다. 어려운 문제다.
-한국을 방문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보는가.
▲정말 한국을 방문하고싶다.
한국정부가 비자를 내준다면 초청을 받아 될 수 있는 한 빠른 시기에 한국을 방문했으면 한다. 재일한국인의 인권문제·한국인원폭피해자 문체·사할린 이산가족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책임문제다.
진지하게 문제를 다루어 상호이해와 우호를 증진하고 싶다.
-한국방문 전에 사회당의 대한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한국외무 관계자의 발언을 어떻게 보는가.
▲어떻게 바꾸어져야 한다는 것인지 아직 하나도 전달받지 못했다.
-가령 한국을 정식으로 인정한다는 당의 발표 같은게 필요하지 않는가.
▲사회당은 지난 15일 한국 정부수립 40주년을 축하하는 「8·15견해」를 내놓았다.
(한국을 대한민국이라고 호칭하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 내용임).
-그 견해로 충분하다고 보는가.
▲한국을 나라로 인정치 않았던 일이 없다.
-사회당이 남북한과 균형정책을 취한다면 앞으로 어떤 역할이 가능한가.
▲우선 남북한 당사자간에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을 위해 남북이 민족전체를 생각해야 하며 우리들도 그런 면에서 노력하겠다.
-사회당이 한일의원연맹에도 가입할 것인가.
▲과거의 한일유착관계를 벗어나 한국의 모든 당이 가입, 민중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차원이라면 우리도 당에서 이 문제를 상의해 가임을 검토하겠다.
-방한 시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우선 수원이다. 일본식민지시대에 일 헌병대가 마을을 습격해 못된 일을 한 적이 있다. 내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한국농촌과 자연 속에서 거닐고 싶다.
-한국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가.
▲최근에 「브루스·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읽었다. 전에는 김지하씨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격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지금 『남부군』이나 『태백산맥』 등이 인기라고 하는데 일본어로 번역되면 읽어보고 싶다. 【동경=최철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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