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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에도 방사선이 특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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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알레르기 물질 없애=세계적으로 어린이 열 명 중 한 명꼴로 식품 알레르기에 시달린다. 땅콩이나 계란.소시지 등은 아주 흔한 식품이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들이 먹으면 구토나 어지럼증.소화불량에 걸린다. 땅콩.계란을 삶거나 튀긴다고 알레르기가 안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삶는 정도의 열에는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없애기 위해 유전자 조작, 효소 처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지만 방사선만큼 특효가 없다.

방사선을 적절하게 쪼이면 음식의 맛과 영양은 그대로이면서 알레르기 원인 물질만 파괴된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의 분자 구조가 방사선에 의해 파괴돼 더 이상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변명우 박사는 "방사선 조사와 달리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없애는 방법 중의 하나인 유전자 조작의 경우 안전성 문제 때문에, 압력밥솥의 세 배쯤 되는 압력으로 찌는 방법은 효율이 낮고 음식의 맛을 바꿔 놓기 때문에 실용화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우주.전투 식량의 개발=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는 한국인이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에 갈 때 먹을 수 있는 김치를 개발하고 있다. 우주 식량이나 음식의 경우 완전 멸균을 해야 한다. 여기에 방부제나 화학약품을 사용하기에는 건강상.정서상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우주 김치의 살균에도 방사선을 사용한다. 살균하게 되면 몸에 좋은 유산균도 모두 죽지만 맛과 향은 거의 그대로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소 측은 러시아의 승인을 받으면 이 우주 김치를 국제우주정거장에 가져가 우리나라 우주인이 먹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방사선의 완전 멸균 특성은 전투식량처럼 장기 보존을 해야 하거나 양파 등 일반 채소의 살균 등에도 이용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십만t의 식품이 방사선으로 살균처리되고 있다.

◆ 지뢰 탐지=지뢰는 전쟁을 겪거나 적과 대치하고 있는 나라의 골칫거리다. 지뢰를 찾아내려 해도 쉽지 않다. 방사선은 금속지뢰뿐 아니라 플라스틱 지뢰를 찾아내는 데 이용된다. 지뢰가 있을 만한 곳에 방사선 중 감마선을 쪼이면 지뢰 안에 있는 폭약의 주성분인 질소에 반사되면서 감마선이 변형된다. 감마선 검출기에 그런 변형된 감마선이 잡히면 지뢰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땅속 30㎝까지 탐지할 수 있다.

◆ 신품종 개발=방사선은 신품종 개발에도 많이 쓰인다. 현재 육종에 많이 사용하는 유전자 조작 방법보다 훨씬 오래된 기술이다. 방사선이 작물의 DNA를 변형시켜 돌연변이를 만드는 특성을 이용한다. 볍씨 등 종자에 방사선을 쪼인 뒤 심어 열매가 잘 열리고 병충해를 잘 이기는 품종을 골라내는 식이다. 방사선 육종은 꽃의 색을 좋게 하거나 야생화를 관상용 꽃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외에 방사선은 암 진단과 치료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간암 세포에 방사성 물질을 주사해 암을 치료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또 탄소와 같은 무거운 입자를 암 세포에 집중적으로 쏘아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방사선 하면 '원자폭탄'보다는 '실생활에 유익한 존재'로 떠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 그만큼 응용 분야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 원자력 체험전=원자력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2006 원자력 체험전'이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www.kaeri.re.kr/atomic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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