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에 '비행기 렌털' 대놓고 공개한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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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을 1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하루 뒤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소식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소식을 1면과 2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소식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소식을 1면과 2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일제히 김 위원장이 “조미(북ㆍ미) 수뇌상봉과 회담이 개최되는 싱가포르를 방문하기 위해 10일 오전 중국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했다”며 회담이 12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참매-1호가 아닌 중국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사실도 공개한 것이다. 노동신문이 1면에 게재한 사진엔 김 위원장이 항공기 트랩에 올라 손을 흔드는 모습 옆으로 중국 오성홍기가 선명히 박혀 있다. 노동신문이 당 선전선동부의 철저한 통제 하에 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의 정상회담 길에 중국의 존재감을 일부러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전까지는 북ㆍ미 정상회담이 12일로 예정됐다는 사실만 몇 차례 보도했을뿐, 상세한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지난 3월 첫 방중 당시 북한 매체들은 3박4일간의 일정이 모두 끝난 뒤 그가 평양에 돌아온 후에야 관련 사실을 보도했었다. 그러나 이번 북ㆍ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로 출발한 하루 뒤 비교적 신속하게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관련 소식을 1~2면에 걸쳐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또 북ㆍ미 회담의 의제도 상세히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비롯하여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 에어차이나 항공기에서 내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 에어차이나 항공기에서 내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김 위원장의 수행단 명단도 김영철ㆍ이수용 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순으로 공개했다. 신문은 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용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및 이명수 전 총참모장,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등이 김 위원장을 배웅했다고 전했다. 당ㆍ정ㆍ군을 아우르는 인사들이 총출동한 셈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소식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소식을 1면과 2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소식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소식을 1면과 2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노동신문은 이와 함께 김정은이 싱가포르에 도착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았다는 소식도 별도로 전했다. 이어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 소식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김정은이 남ㆍ미ㆍ중 등 한반도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가 아닌 제3국 정상과 회담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신문은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위해) 온갖 편의를 제공해준 싱가포르 정부에 깊은 사의를 표했다”며 “공화국 정부와 조선 인민을 대표해 싱가포르 정부와 인민들에게 진심으로 되는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 북한기자가 나오자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 북한기자가 나오자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들고 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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