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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스텝이 꼬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3보(36~50)=탕웨이싱 9단이 별안간 방향을 틀어 37로 상변을 기웃거린다. 뜬금없어 보이는 37은 축머리다. ‘참고도1’처럼 백1로 받아 주면 바로 흑2로 끊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렇게 되면 백은 대책 없이 당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상변을 받아줄 수 없다. 38, 39를 교환해 임시방편으로 탄력을 붙여 놓은 다음 40으로 돌의 연결을 강화했다.

기보 6월 10일

기보 6월 10일

확실히 초반은 탕웨이싱 9단의 흐름이 좋다. 백이 우하 쪽에서 발을 삐끗하면서부터는 점점 스텝이 꼬이는 듯한 모양새다. 반면 흑은 우하 미생마만 제대로 수습하면 걱정거리가 없다. 나머지는 자신의 의도대로 착착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우하 흑 대마는 탄력이 좋아서 쉽게 공격당할 돌이 아니다. 실제로 백이 42로 공격을 개시하자, 흑은 43로 단단하게 이으며 타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43은 ‘나는 흑 대마 전부를 살려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보통 유리한 쪽에서는 일부를 떼어주더라도 최대한 안전을 택하는데, 탕웨이싱 9단은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참고도 1(左), 참고도 2(右)

참고도 1(左), 참고도 2(右)

49까지, 탕웨이싱 9단의 의도대로 우하 흑은 짱짱하게 터를 잡고 완생을 구했다. 이제 와서는 ‘참고도2’ 백1로 막아도 흑2로 호구치고 흑6으로 찝으면 쉽게 집을 낼 수 있다. 더이상 해볼 만 한 게 없다고 판단한 구쯔하오가 상변으로 손을 돌렸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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