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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천근만근…지옥의 파워프로그램, 약될까 독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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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에서 0대0으로 경기를 마친 대표팀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며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에서 0대0으로 경기를 마친 대표팀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며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옥같은 파워프로그램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한국축구대표팀은 7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볼리비아 1.5군을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이틀 전 ‘악!’ 소리 날만큼 파워프로그램을 소화한 탓에 선수들의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5일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5일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연합뉴스]

대표팀은 지난 5일 러시아 월드컵 사전캠프 훈련장인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스테인베르그 슈타디온에서 100분 넘게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진행했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통해 나온 선수들의 체력수치가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강도높은 파워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훈련 강도는 마치 레슬링처럼 격렬했다. 2명씩 짝지어 씨름하듯 어깨로 겨뤘다. 2명이 공중에 점프해 어깨로 충돌하는 훈련도 했다. ‘공포의 삑삑이’라 불리는 셔틀런(왕복 달리기)을 하면서, 7m와 15m를 쉼없이 전력질주했다. 20세 막내 공격수 이승우(베로나)가 헉헉대며 고통을 호소할 정도였다. 차두리 코치는 “적당히는 없어”, “밀리면 끝이야”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이재성(오른쪽)과 손흥민, 황희찬이 골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이재성(오른쪽)과 손흥민, 황희찬이 골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컵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선수들의 컨디션은 바닥을 찍는듯한 모습이다. 왼쪽 수비수 홍철(상주)은 허리근육통증을 호소하며 6일 훈련에서 제외됐다. 선수들은 볼리비아전에서 마치 고지대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지쳐보였다. 전방압박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종종 스탠딩 상황에서 플레이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국내 훈련에서는 소속팀 일정상 선수들 체력 불균형이 있고 최종명단 23명을 결정하는 과정이라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본격적으로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계획에 없었던 게 아니라 어느 선을 만들어갈지, 데이터를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벼락치기’가 아니라 ‘계획된 로드맵’이라는 설명이다.

스페인 축구대표팀 코치를 지냈던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한국 코치는 그동안 강도높은 훈련보다는 휴식을 더 강조했는데, 코치진은 논의 끝에 파워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2002년 3월16일 스페인 라망가에서 레이몬드 베르하이엔 피지컬 트레이너가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3월16일 스페인 라망가에서 레이몬드 베르하이엔 피지컬 트레이너가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체력 담당 트레이너와 함께 파워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저승사자’라 불린 그는 지칠 줄 모르는 태극전사를 만들어내 4강 신화를 이뤄냈다. 허정무 감독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레이몬드를 영입해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냈다.

신 감독은 18일 스웨덴과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스웨덴은 1m90cm 장신이 즐비하고 탄탄한 조직력을 갖췄다. 한국은 체력은 물론 정신력과 조직력을 맥시멈으로 끌어올려 한 발 더 뛰는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몸상태와 컨디션을 열흘 후인 스웨덴전에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파워프로그램은 체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지친 선수들의 회복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효과도 있다.

7일 오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

7일 오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앙수비 장현수(FC도쿄)는 “우리에게 필요한 훈련이었다. 몸을 부딪혀 이겨야 한다. 코치진의 결정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도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든 부분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겨낸다면 월드컵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 왔을때 한 발 더 뛸 수 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9일 2차 파워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1일 세네갈과 비공개 최종 평가전에도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차 트레이닝이 예고 되어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6일 오후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6일 오후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일부 전문가들은 “볼리비아전은 승리를 통해 자신감이 필요한 경기였다. 벼락치기 체력훈련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사전캠프였던 미국 마이애미에서 황열병 주사 여파 등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현재 분위기는 4년 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알제리에 2-4 참패를 당했을 때처럼 참혹하다. 전쟁을 치르러 나가기도 전에 사기가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결정적인 순간에 묘수를 짜내 ‘그라운드의 여우’라 불렸다. 신 감독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월드컵 첫 경기 스웨덴전에 평가받게 된다. 만약 스웨덴전이 잘못된다면 단기간의 무리한 체력훈련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레오강(오스트리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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