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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김영환 설전 “안철수 왜 양보 안하나" "박근혜 안에 계시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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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가 6ㆍ13 서울시장 선거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에게 “안철수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겐 서울시장을 양보해놓고 왜 나한테는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영환 후보는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교도소)에 계시니, 김 후보가 (당선) 되기엔 어렵다. 이번에 양보하면 다음엔 우리가 양보하겠다”고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바른미래당 김영환 경기도지사 후보가 7일 오전 국회 정론관 앞에서 만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바른미래당 김영환 경기도지사 후보가 7일 오전 국회 정론관 앞에서 만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앞두고 우연히 만나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김문수 후보는 ‘52개 대학 주변 4차산업 특구 조성 공약 발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고, 김영환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시작시각이 오전 9시 45분이어서 동선이 겹쳤다. 노동운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두 후보는 기자회견에 앞서 약 5분간 말을 나눴다. 농담조의 대화가 오갔지만 야권 단일화에 대한 양 당의 시각차가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다음은 둘의 대화.
▶김문수=“안철수 후보가 박원순 시장한테는 (서울시장을) 양보해주고 왜 나한테는 안 하나.”
▶김영환=“이번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교도소)에 계신다. 그러니까 문수형이 (당선) 되는 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까 양보하고 다음에는 우리가 또 양보하겠다.”
▶김문수=“바른미래당 스타일이 이렇게 무조건 나보고 양보하라고 한다.”
▶김영환=“무조건은 아니다. 그 길만이 그래도 뭔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니까. 형이 결단해서, 노동운동하고 민주화 운동을 하고 평생 그렇게 사신 분이 나라가 이렇게 어려운데 여당 독주가 예상되는 이럴 때 결단해주셔야지.”
▶김문수=“당(黨) 대 당 통합하면 생각해보겠다. 빨리 통합 선언을 해라.”
▶김영환=“같이 힘을 합쳐서 독주를 막고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된다. 그런 걸 생각해야지. 홍준표 한국당 대표만 생각하면 안 된다.”
▶김문수=“또 토론하듯이 한다. 내가 보니까 거기(서울시장)만 있는 게 아니다. 구청장도 있고 시의원ㆍ구의원도 있다. 비례대표도 다 붙어있다. 대선하고 다르다. 대선은 둘이만 결단하면 되는데….”
▶김영환=“자잘한 거 생각하면은….”
▶김문수=“아니 자잘한 거야 뭐. 시장 자체가….”
▶김영환=“그런 걸 잘조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알아서 판단하실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추풍낙엽처럼 묻지마로 선거해보나 마나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그래도 희망을 만들려면 캐스팅 보트라는 김문수의 한평생 살아온 그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달려있다.”

김영환 후보가 말하는 도중 김문수 후보는 말을 끊고 “안철수 후보는?”이라고 물었다. 안 후보는 양보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김영환 후보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김영환 후보는 경기지사 선거로 화제를 돌렸고, 약 2분 정도 대화를 나눈 뒤 먼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다.

김영환 후보가 들어간 뒤 김문수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질문에 “전혀 진척이 없다”면서도 “가능성이 닫혀 있는 정치는 없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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