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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공경 미풍양속 사라질까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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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의 구상진(具相鎭·54·변호사) 공동대표

올해 추석 한가위에도 어김없이 민족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호주제 폐지에 대한 입법예고가 된 이후 맞이한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가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인터넷 조인스닷컴은 호주제 폐지와 관련,찬반 인터뷰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의 구상진(具相鎭·54·변호사) 공동대표는 “호주제가 폐지된다면 추석때 모셔야할 선조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具대표는 “호주도 없어지고 재혼등의 경우에 성(姓)을 바꿀 수도 있게 되면 가계계승이 끊어져 조상을 숭배하는 전통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具대표와의 일문일답.

-호주제가 없어진다면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나.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성을 임의로 바꿀 수 있게된다면 가족의 개념이 없어져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원래 가족 구성원이었더라도 다른 사람과 살게 된다면 성도 다른 남남이 된다.같은 성을 가져야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여러가지 성을 갖게 된다면 족보도 없어지고 종중도 유지될 수 없다.우리의 오랜 문화속에 이어져온 가족의 전통이 없어지는 사회를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추석이나 설 명절이 와도 차례를 지낼 선조가 불분명한 경우도 생길 수 있어 조상을 숭배하는 미풍양속도 없어질까 걱정된다. 혼인외 동거자도 가족이 될 수 있고 동성애자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이런 혼란을 다 감수하면서까지도 전통적인 호주제를 없애야 하는 명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호주제가 부계 우선 혈통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인류가 오랜동안 부계혈통의 전통을 이어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현재의 세계적인 추세도 부계혈통제다.양성평등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에서 조차도 부계혈통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계든 모계든 선후대 계승은 인류문화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다.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결혼한 후에도 남녀가 각각의 성(姓)을 유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양계혈통주의를 인정한다면 복잡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부계든 모계든 통일된 가계로 단일화해야한다.부모 자녀만을 놓고 보면 양계혈통주의가 가능하지만 5대 이상을 지나게 된다면 가계 계승은 불가능해진다.

생물학적으로 봐도 유전적 연결성이 상대적으로 긴밀한 부계혈통을 이어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부계혈통계승이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면 굳이 호주제를 성문화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나.

“일반적으로 서양에서는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의 성(姓)을 따르기 때문에 별도의 호주제가 필요없는 상황이다.결혼하면 부부가 같은 성을 가지는 일본의 경우도 97% 이상이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다.우리는 부부의 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법제화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호주제가 없어지고 특별한 경우 성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새 가정이 어느 가계인지도 알 수 없어 가계계승이 무의미해진다.”

-호주제가 양성평등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다.

“가족에 대해서 말할 경우에는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좌우대칭식의 산술적 평등은 적합하지 않다.취업문제와 같은 사회적 영역에서 양성 기회평등은 최대한 확대돼야 할 것이다.하지만 가정에서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다.부부유별이라는 말도 있다. 가정에서는 부부가 인격적으로 서로 존중해주고 각자의 역할을 잘 분담해서 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등이 이루어진다고 본다.호주제의 기본 목적은 가계계승에 있는 것이지 남녀간의 차별을 두기 위함이 아니다.”

-호주제도하에서 결과적으로 남아선호사상이 싹튼다는 지적이 있다.

“남아선호사상은 호주제 때문만은 아니다.카톨릭에서도 아직 여자 교황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호주제가 남자우위사상을 주입시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어머니들이 호주제와 관계없이 스스로 남아를 원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설령 호주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하루 아침에 남아선호사상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남편의 성을 강제적으로 따르게 하지 않는 중국에서의 남아선호사상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남성과 여성의 성비 불균형도 결국 호주제와 같은 전통 가족제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있다.

“여자보다 사망률이 더 높은 남자의 성비가 높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이는 자연의 조화에 의한 결과다.처음부터 남녀의 성비가 같다면 사망률이 낮은 여초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다.60세가 넘는 고령층에는 여성의 성비가 남성보다 월등히 높은데 이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호주제폐지가 본격 논의되기 전에는 지금과 같은 남녀성비의 극단적인 불균형은 없었다.남녀 성비 문제는 호주제 폐지가 아닌 낙태방지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돼야한다.”

-3살된 손자가 60세 할머니의 호주가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호주제의 근간은 가계 계승에 있다.가정에 대한 지배권이 호주제의 출발점이 아니다.호주는 혈통을 상징하는 의미로 제한돼 있다.과거에는 호주계승자에게 재산권 등 실질적인 혜택이 많이 주어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남자인 손자가 다른 가계에서 온 할머니보다 혈통을 이어가는 상징으로 더 적합하다는 뜻이다.할머니가 손자에게 예속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재혼한 여자가 데리고 온 자녀의 성이 계부와 다른데서 오는 사회적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데.

“성본(姓本)제도를 규정하는 표준은 대다수 일반 가정이어야지 특수한 재혼녀의 새 가정이 돼서는 안된다.재혼녀가 호주제나 가족제도의 모든 이해 당사자가 된 느낌이다.재혼녀의 자녀가 자라서 친생부를 계승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재혼녀가 사망한 이후에도 그 자녀가 어머니나 계부의 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가. 성본제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친인척, 나아가 종중 전체의 문제 일 수도 있는 성본제도를 재혼녀만을 중심으로 푸는 것은 편파적이다.물론 이들의 특수성을 감안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그렇다고 이들 때문에 호주제를 인정하는 사람들까지도 희생돼야 하나. 계부의 성을 자녀가 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상속권 등의 문제를 야기할 우려도 크다.계모는 계부의 자녀들에게 의무 사항이 없는 것도 문제다.”

-호주제가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기준)에도 맞지않다고 하는데.

“외국처럼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라 가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기는 하다.이는 호주제를 폐지하고, 여자들이 결혼한 후에도 성을 유지하는 우리의 전통문화도 포기하는 이중의 실패를 가져오게 된다.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이러한 전통문화를 널리 소개하는데도 힘써야 할 것이다.이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 문화의 장점을 납득하게 될 것이다.다만 여권 등에 성(姓)을 기재할 때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예외적으로 부인이 남편의 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안은 연구중이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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