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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는 자살” “땅굴은 남한이 판 것” 주장 시민, 재심서 ‘무죄’

중앙일보

입력

4일 대법원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대법원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40년 전 유죄판결을 받았던 망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 손현찬)는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처벌받은 A씨(사망)와 B씨(사망)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1977년 경북 군위군 한 식당에서 “땅굴은 남한에서 판 것”이라고 주장하다 재판에 넘겨져 1979년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받았다. B씨도 같은 해 택시 승객에게 “육영수 여사는 자살했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이듬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대통령 긴급조치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공포한 유신헌법을 바탕으로 1호부터 9호까지 발령됐다. 그중 가장 마지막에 발령한 긴급조치 9호는 ‘유언비어를 날조ㆍ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해 사실상 정권을 비판하는 모든 표현을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영장 없이도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대통령이 여덟 번 바뀌고 난 뒤인 2013년 3월, 헌법재판소는 이 긴급조치들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긴급조치로 처벌받았던 이들의 재심 청구가 줄을 이었다.

이날 재판부는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으로 소급해 효력을 잃었거나 법원에서 위헌ㆍ무효가 된 경우 법원은 해당 법령을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위헌ㆍ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해 공소 제기된 두 사건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들의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긴급조치 9호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ㆍ무효”라는 2013년 대법원의 결정을 근거로 들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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