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 농촌서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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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는 공산 게릴라들이 활개 치는 곳이 있다. 인도 동북부와 네팔의 농촌 지역이다. 피폐한 현실에 절망한 농민들이 게릴라 운동에 동조하는 바람에 이 일대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8일 "마오쩌둥의 농민 혁명 이론이 지금은 중국보다 인도 농촌에서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 39년째 게릴라 활동=1967년 인도 동북부 차티스가르주에서 마오쩌둥 노선을 추종하는 공산반군이 폭동을 일으켰다. 이후 이들의 활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낙살라이트(Naxalite)로 불리는 공산반군은 2만 명에 이른다. 숫자는 적은 편이지만 인도의 28개 주 가운데 13개 주의 150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력이 가장 강한 곳은 차티스가르.비하르.자르칸드주 일대. 반군은 2월 지뢰를 매설해 군인과 민간인 등 30여 명을 살해했다. 같은 달 국유 광산회사를 습격해 19t의 폭약을 훔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비하르주의 교도소를 습격해 300명을 탈주시켰다. 지난해 6월엔 은행을 습격하기도 했다. 인도 내무부에 따르면 공산반군의 잦은 습격으로 매일 평균 두 명은 희생되고 있다. 게릴라들의 활동으로 인해 지역개발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차티스가르주와 오리사주에서 반군들은 광산과 제철소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방해하고 있다.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평화의 사명'이라는 자경단이 조직됐으나 결과는 더 잦은 유혈사태였다. 반군들과 자경단의 충돌로 지난해에만 1000명 이상이 숨졌다.

네팔에서도 96년부터 마오쩌둥식 공산정권 수립을 목표로 한 반군들이 무장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네팔 영토의 약 40%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과 정부군의 잦은 충돌로 최근까지 2000명이 넘는 희생을 치렀다. 지난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갸넨드라 국왕의 퇴진 운동을 공산반군이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

◆ 가난한 농촌이 게릴라의 온상=공산반군은 인도와 네팔의 농촌을 거점으로 공산 혁명을 노리고 있다.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농촌에서 동조 세력을 꾸준히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을 동원한 마오쩌둥의 경험은 이들에게 탄탄한 혁명 이념을 제공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정작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으나 인도에서 여전히 먹히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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