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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오락가락 주중대사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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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 2003년 13위→2005년 4위'.

2002년 베이징(北京)시와 현대가 50 대 50으로 투자한 베이징 현대자동차의 놀라운 상승세다. 올해 목표는 3위다. 제2공장이 양산체제에 들어가는 2008년이면 현재 1위인 상하이GM을 위협하는 2위가 된다.

이런 현대차가 18일 오전 10시 베이징 순이(順義)에서 제2공장 기공식을 했다. 비자금 의혹에 시달리는 정몽구 회장도 베이징으로 날아왔다.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도 참석했다. 현장은 경제협력으로 한.중 우호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김하중 주중 대사도 참석해 축하를 더했다. 그러나 그가 참석하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 대사는 지난주 현대 측 초청을 받고 선약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신봉길 경제공사도 지방출장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고 알렸다.

그러자 "현대가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대사가 일부러 참석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결국 대사관 측은 행사 하루 전인 17일 입장을 바꿔 참석하겠다고 알려왔다.

김 대사가 오락가락한 것이 실제로 선약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행사 당일인 18일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이날 한국의 몇몇 신문이 김 대사의 모호한 태도를 꼬집는 기사를 실었다. 김 대사는 이 기사를 보고 즉각 대사관 직원을 시켜 현대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거냐"고 따졌다. "이렇게 나오면 대사가 행사에 참가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렸다. 베이징 특파원들을 태우고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소형버스 안에서 대사관의 항의를 받은 현대차 홍보 관계자는 서울로 전화를 걸어 보도 내용을 알아보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는"정말 대사가 불참하면 큰일인데…"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행히 김 대사는 행사에 참석했다. 잘된 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초청을 받아들였다면 이런 평지풍파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큰 행사에 주재국 대사가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에서 외교관은 그 나라 정부를 대신한다. 정부가 국민과 기업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상식임을 그는 잠깐 잊었던 것일까.

진세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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