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주한미군은 정상회담 의제 아냐"

중앙일보

입력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ㆍ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ㆍ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과 미국의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은 12일로 예정된 북ㆍ미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한ㆍ미 국방장관, 주한미군 철수론 진화에 나서 #송영무, "주한미군 철수는 한 개인 의견에 불과"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2일 “주한미군의 문제는 한국이 원할 경우 한ㆍ미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며 북한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이날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기조연설 직후 질의응답 시간에서다. 매티스 장관은 ‘남북관계에서 진전이 있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북ㆍ미정상회담에 있어 주한미군은 협상 대상이 아니며, 돼서도 안 된다”며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안보에서) 도전 과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이어 열린 ‘북한위기 완화 방안’ 회의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주한미군은 북핵 문제와 별도의 사안”이라며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평화와 안정을 지켜왔다. 또 다른 시대에 대비해 한미동맹, 주한미군 역할은 새롭게 발전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관련기사

송 장관은 “한 교수가 저널에 (주한미군 철수에 관련한) 생각을 썼는데, 개인의 의견일 뿐이지 대한민국 정부나 국방부 장관의 소견은 아니라는 점을 여기에서 분명히 밝힌다”라고도 했다. ‘한 교수…’라는 부분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지난달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의미한다. 송 장관과 문 교수는 외교안보 문제를 놓고 여러 번 충돌을 빚었다.

매티스 장관은 또 ‘대북 군사옵션이 아직도 협상 테이블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세 개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CVID(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들이 뉴욕과 싱가포르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이들의 성과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도 언급했다. 북ㆍ미정상회담의 성과가 만족하지 않을 경우 군사옵션을 다시 꺼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송영무, ‘북한 계속 속인다’는 지적에 “지도자가 바뀌었다”

송 장관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이 북한이 북핵 협상을 하고도 어긴 사실을 언급하자 “(일본이 과거) 북한에 계속 속았다고 해서 미래도 계속 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북한과) 협상하고 평화를 창출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것(북한의 속임수)은 과거의 일이고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며 개혁ㆍ개방하면서 주민 생활을 향상하고, 국제사회에 똑같은 일원으로서 나아가겠다는데 우리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며 “그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앞으로 나가는데 어려울 것”이라고도 밝혔다.

매티스 장관과 송 장관은 이날 한ㆍ미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다. 매티스 장관은 회의에 앞서 “역사적 순간에 우리가 여기 있다”며 “우리 생각은 외교관들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북ㆍ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국방장관은 성공적 협상을 뒷받침하자는 뜻이다.

송 장관은 회담에서 “한ㆍ미 연합방위태세를 계속 굳건하게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은 지속 유지될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 “주한미군도 현 수준의 전력을 지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