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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前대법원장 "재판 흥정, 꿈도 못 꿔…부당 개입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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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최근 불거진 ‘재판 거래’ 파문과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으로 흥정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개입 의혹을 반박했다.

1일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자신의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의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하고 한 일은 꿈도 꿀 수 없다”며 “재판 독립을 금과옥조하던 법관으로서 재판에 관여하고 간섭하는 걸 꿈꿀 수 있겠냐”고 재차 부인했다.

또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법관에)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은 전혀 없다”며 “그런 걸 가지고 법관을 인사상 또는 어떤 사법처리행정처리에 있어서 법관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건 잘못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재임 중 법관) 누구라도, 그런 것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없고, 최종적으로 결정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특별조사단 조사를 받을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하겠나"라며 불응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5일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두고 특정 재판 결과를 활용해 박근혜 정부를 설득하려 했다는 문건이 발견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이 문건의 작성과 직접 연루됐는지 조사하기 위해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가 거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문건을 작성한 법원행정처 간부와 심의관은 물론 당시 법원 최고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까지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원 일각에서 나왔다.

'재판 거래' 의혹 등과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 회견문

 스님 다비식에 참석하느라고 집을 비운 사이에 취재진이 아주 많이 찾아와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좀 더 동해안 쪽에 간 김에 좀 더 묵고 오려고 하다가 취재진들이 자꾸 와서 고생하시는 그런 모습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먼저 이렇게 이야기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취재진을 대하니까 아주 굉장히 어색하고 떨리는군요. 여행 중이기 때문에 문서로 정리하고 글로 정리하고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마음에 가지고 있는 생각만 정리해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두서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양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먼저 제 재임 시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제가 정말 사랑하는 법원이 오랫동안 소용돌이 속에 빠져서 국민들이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의 그런 모습이 된 것에 대해서 정말 저로서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 제가 있을 때 법원행정처에서 뭔가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그런 지적이 있었고 그러한 지적에 대해서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제가 그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통감을 하고 있고 그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다고 사과 말씀을 드리고 또 그런 일로 혹시 마음의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제가 사과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가 평생 법관으로서 42년을 지냈고 법원이야말로 저의 인생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그런 조직입니다. 이 조직이 정말 잘되는 것이 저의 큰 소망이고 정말 내가 가장 바라던 바였습니다.

그런데 이 법원이 제가 확신하건대 법원이라는 조직은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건전한 조직이라고 저는 확신을 합니다. 이 조직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아야 우리 사회가 발전을 하고 잘 유지되리라고 저는 항상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동안 저는 무언가 제가 또 이야기를 하면 지금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법원이 또 다른 상처를 받고 내부적인 갈등이나 내홍으로 비칠까 그것이 염려되어서 사실 언급을 거의 안 해 왔고 피해 왔습니다. 지금도 그런 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반박하고 법원 내부에서 전 대법원과 현 대법원 간의 갈등 내지는 대립을 심화시키고 이런 목적으로 제가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 아니고 저는 사실 이런 해명도 하기 싫지만, 그렇지만 제가 분명히 해야 될 그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한계를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그것까지 참고 말씀드리지 않는 것은 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왜곡시킬 수 있다 하는 이런 판단 때문에 그 말씀을 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분명히 해야 할 점을 밝히려고 오늘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여러 가지 중에서 두 가지 점은 제가 명백히 좀 선을 긋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하나는 저는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의 재판이나 하급심의 재판이건 간에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습니다. 하물며 재판을 무슨 흥정거리로 삼아서 재판의 방향을 왜곡하고 그것으로써 거래를 하고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정말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말로써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부족할 정도로 결단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재판독립의 원칙을 정말 금과옥조로 삼는 법관으로서 40여 년을 지내온 사람이 어떻게 남의 재판에 관여를 하고, 간섭을 하고 그런 일을 꿈을 꿀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재판을 한 대법관을 비롯한 법관들에게 심한 모욕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허투로 듣더라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그 법관들의 심정은 정말 억하심정일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기서 제가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일각에서 꼭 제가 관여하거나 또는 제가 간섭하거나 또는 뭔가 목적을 위해서 대법원의 재판이 왜곡되고 방향이 잘못 잡혔다 이렇게 생각하고 또 그걸 기정사실화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과는 다른 겁니다.

대법원의 재판은 정말 순수하고 신성한 것입니다. 그것을 함부로 그렇게 폄하하는 것은 저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대법원의 재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집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대법원 전체를 그렇게 재판을 의심받게 그렇게 한 적이 없었습니다. 혹시 국민 여러분께서 이번 일에서 대법원 재판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으셨다면 정말 그런 의구심은 거두어주실 것을 제가 황망합니다.

두 번째 제가 말씀드릴 것은 제가 재임 시에 상고법원을 추진했던 것은 여러분들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대법원의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반대하는 견해도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반대하는 견해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혹은 행정처에서 뭔가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 지적이 되었습니다. 그런 게 있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겠죠. 그러나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정책에 반대를 한 사람이나 또는 어떤 일반적인 재판에서 특정한 성향을 나타냈다는 사람이나 저는 그런 걸 가지고 당해 법관에게 어떤 편향된 조치를 하든가 아니면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습니다.

저는 그런 것을 가지고 법관을 인사상 또는 인사상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법 행정처분에 있어서도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저는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 그런 상황입니다. 누구라도 그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사람, 편향된 대우를 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조치를 제가 최종적으로 한 적은 없다는 것을 단연코 말씀드립니다.

이 두 가지는 제가 양보할 수 없는 한계점입니다. 어쨌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제가 재직시에 있었던 일 때문에 법원이 이렇듯 불행한 사태에 빠지고 또 뭔가 부적절한 법원행정처의 행위가 지적이 되고 한 데 대해서 정말 제가 사법행정의 총수로서 책임을 통감을 하고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아까 말한 두 가지 점, 전혀 재판이 그로 인해서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누구도 그런 과정에서 불이익이나 편파적인 대우를 받지 않았다는 점. 그 부분은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를 하시고 법원에 대해서 전에 법원에 대해 주시던 그런 신뢰를 계속 유지해 주시기를 제가 간청을 드립니다.

아까 이야기드렸듯이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사법부에 대해서 더 큰 어떤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그런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저는 그 한계점을 반드시 밝혀야 되겠다 하는 것을 지금 여기서 그것이 주 목적이지 그것 이상의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이 두 가지 점은 저도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언론을 통해서만 대충 접하고 있지 전체를 다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서 본 그 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아까 말한 그 두 가지 점은 위원회에서도 그것은 인정한 것으로, 같은 취지인 것으로 위원회도 같은 취지의 결론을 낸 것으로 제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그 두 가지 외에 더 자세한 내용은 저도 사실 제대로 알지를 못하고 또 그런 상태에서 여기서 이야기 드리는 것은 오히려 사안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제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고 언젠가 다 사태가 밝혀지고 모든 것이 저한테도 다 알려질 때 그때 상황을 정리해서 다시 말씀드릴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간단하지만 이것으로써 제가 드릴 말씀은 마치겠습니다.

이지영·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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