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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은 ‘신사유람단 200명’ 중국 개혁개방 현장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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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1일 북한 평양을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 러시아와 북한 간 발전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타스=연합뉴스]

31일 북한 평양을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 러시아와 북한 간 발전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타스=연합뉴스]

북한 노동당이 각 지역 및 분야별 중간 간부 및 실무 인력 200여 명을 선발해 중국의 개혁·개방 현장을 참관토록 하는 대규모 연수단을 파견 중이라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이 31일 밝혔다.

북한 대표단 29일 베이징 도착 #공업·경제 등 실무 간부급 파견 #신문·방송 국장·부장급도 포함 #상하이·선전·충칭 등 방문 예정 #지난달 고위급 이은 후속작업인 듯

중국을 배우기 위한 북한 측 인사들의 방중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여러 차례 있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에서 이 같은 대규모는 이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29일 새벽 비정기편 북한 열차가 국경도시인 단둥(丹東)과 선양(瀋陽)을 거쳐 이날 오후 베이징에 도착했다”며 “다양한 분야의 중간 간부급을 위주로 편성된 대표단 200여 명이 이 열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 측 관계자는 “북한 대표단은 베이징에 도착한 뒤 분야별로 조를 나눠 관련 기관을 방문하거나 시찰하고 있다”며 “중국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도시인 선전과 상하이도 방문지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 선양에 내려 중국 동북 지방의 농업 연구 시설과 첨단 농법 현장 및 공업 생산 시설에 들러 현장 학습 중이라고 중국 측 관계자가 밝혔다. 그는 “북한 사람들의 자세가 매우 진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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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단을 태운 특별편성 열차가 29일 북·중 국경을 넘어 북쪽 방향으로 향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에 나섰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수단은 지난달 중·하순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층 친선참관단이 중국의 개혁·개방 현장을 둘러본 이후의 후속작업으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박 부위원장은 중국의 초청자인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경제건설과 개혁·개방의 경험과 성취를 시찰하고 학습하려 한다”며 “우리는 당이 파견한 1차 방문단”이라고 발언했다.

자신의 말대로 박 부위원장 일행의 동선은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에 집중됐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과 농업과학원을 시찰한 뒤 중국의 개방을 선도한 상하이와 저장(浙江) 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특히 항만 물류의 거점인 저장성 닝보(寧波)와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경제권) 프로젝트의 거점인 산시성 시안(西安) 일대를 둘러보면서 인프라 건설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참관단에 이어 실무급 인력이 대규모로 중국에 파견된 것은 경제개발 집중을 노선으로 정한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중국을 모델로 삼고 구한말의 신사유람단을 연상케 하는 연수단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29일 도착한 연수단 중에는 공업 생산 및 경제 건설 관련 인력과 연구원은 물론 외사업무·언론매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인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해당 업무별로 시찰 일정을 다르게 한 가운데 중국 측 관련 기관의 협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대북 소식통은 “외사업무 일꾼 10여 명이 일대일로의 거점이자 서부 중심지인 충칭(重慶)을 시찰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주요 신문·방송에 종사하는 국장·부장급 보도일꾼들도 연수단에 포함됐다”며 “신화사와 중국중앙방송(CC-TV) 등을 시찰한 뒤 지방으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북·중 양측이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당(黨) 대 당 채널을 통한 인력 교류를 강화키로 합의한 점을 감안하면 중국을 배우기 위한 북한의 연수단 파견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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