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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의 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도서울의 교육자를 대표하는 최열곤 교육감이 파렴치한 일로 구속됐다.
참으로 어이없고 서글프고 착잡하기 이를데 없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고 공직사회가 세속에 물들여졌기로서니 교육만은 그렇지 않기를 바랐던 한 가닥 기대가 일순에 무너진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은 몰라도 기성세대가 된 오늘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엔 선생님을 칙간에도 오르지 않는 성인처럼 우러러보고 존경하며 자라왔다.
그러한 교사들의 최고 우두머리자리에 앉은 수도교육의 수장은 자라나는 새 세대엔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한 이일텐데, 그 우상이 한 순에 무너지고 얼룩진 모습을 보였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최 전 교육감은 날이면 날마다 방송을 통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정직과 성실을 가르쳐왔고 정의롭고 착실한 일꾼이 되기를 독려해 왔다. 또 부정이나 적당 주의, 영달치부와 한탕주의에 휩쓸리는 인간이 안되기를 애써 강조해왔다.
그러한 교육지도자가 뒤로는 이권놀음을 하고 국민학교 평교사로부터 1천만원이나 받는 두꺼운 얼굴을 가졌으리라고는 적어도 학생들만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허물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크고 우리사회와 교육에 끼친 해독과 악영향은 엄청나다.
『창피해서 제자들 앞에 얼굴을 못 들게 됐다』는 어느 교육자의 말처럼 교육을 평생의 보람으로 믿고 천직교단을 지키던 뭇 교직자들에게 몹쓸 일을 한 것이다. 전체교사들의 위신과 긍지를 떨어뜨리고 품위에 먹칠을 한 셈이다. 「학교는 있되 교육은 없고, 교사는 있으나 스승이 없다」는 말을 입증하고 남게된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의 교육이 위기에 처해있고 과거 어느 때보다 부패했다는 개탄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교사이동에 얼마를 쓰고, 장학사나 교감·교장 전보·승진에 얼마가 정찰제라는 등 별의별 잡음이 공공연히 나돌았었다. 서울시내 2천 3백 45개 학교에 6만 3천여 교사들의 인사 때마다 말썽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왔다.
이런 교육풍토가 일신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교육은 바라볼 수 없다. 최 전 교육감만 해도 애당초 임명 때부터 말썽이 많았던 인물이었다. 교육경력이 전혀 없고 누구의 입김으로 안 될 사람이 됐다는 등 교육감으로서 갖추어야 할 깨끗한 인품이나 청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과거의 족적이 말해주듯 교육감으로서의 기본적 자질과 도덕성이 결여된 부적격 인물이었다. 결국 5공화국의 인사를 상징하는 무리한 난맥인사가 오늘의 결과를 파생시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는 구속된 전 서울시장이나 전 치안본부장의 예에서도 여실히 알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제주시장과 노동부서기관이 거액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요즘의 공직사회가 부패할 대로 부패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있다.
고위공직자들의 이 같은 잇단 구속은 공직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정부의 권위에 치명상을 주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부정을 척결하고 부패공직자를 공직사회에서 추방하는 대대적인 작업이 있어야할 것으로 여겨진다.
공직자들은 스스로 「양심선언」을 하고 자신 없는 공무원은 용퇴하는 도덕적 결단이 있어야할 것이다.
최 전 교육감의 이번 구속은 앞으로 집권자의 인사정책을 제자리에 앉히고 공직사회를 말끔히 청소하고 새바람을 일으키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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