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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어깨힘 빼고 독자와 축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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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 15일 첫 출발한 문학열차 1호. 정호승 시인이 열차 안에서 자신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2) 지난달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첫번째 문학나눔 콘서트 현장. 강정 시인이 자신의 시에 곡을 얹은 노래를 열창 중이다.
(3) 정지용의 캐릭터 그림. 5월 12~14일 충북 옥천에서 지용제가 열린다.
(4) 21~23일 강원도 춘천에서 김유정문학제가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떡메치기 행사 때 모습.

문학이 달라졌다. 짐짓 고상한 자태로 독자가 찾아오기만 기다리던 모습이 아니다. 어떻게든 독자 곁으로 한 발짝 다가서려 안간힘이다. 갖가지 묘안도 동원되고 있다. '문학이 쇼냐?'며 언짢아 하실 분도 계실 게다. 그러나 오도카니 홀로 앉아 푸념만 늘어놓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문학콘서트.문학열차.낭독회.문학제.문학강연 등 최근 부쩍 늘어난 문학의 손짓을 모았다.

◆반가운 첫 시도들=지난주 토요일 오전 8시 서울역. 경북 풍기행 문학전용 열차가 출발했다. 정호승 시인과 독자 200여 명이 객실 세 량을 문학열차로 꾸민 기차에 올라탔다. 열차가 풍기역에 도착할 때까지 시 낭송회.문학퀴즈대회 등 행사가 이어졌고, 풍기에선 버스로 영주 부석사를 다녀왔다. 부석사는 정호승 시인의 '그리운 부석사'의 배경. 이날 처음 출발한 문학전용 열차는 앞으로 정기 운행된다.

지난달 27일 서울 대학로 P2 소극장에선 젊은 시인들의 문학나눔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문학나눔추진위원회가 기획한 행사다. 흥겨운 록 음악과 젊은 시인의 토크쇼, 시를 형상화한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좁은 소극장에 붙어앉은 젊은 관객 100여 명은 록 콘서트 현장처럼 즐거워 했다. 콘서트를 지켜본 박상순(44) 시인은 "사람이 안올까봐 은근히 걱정도 했는데, 봐라 얼마나 성황이냐"며 "이제 문학은 겸허한 자세로 독자 요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올해 낭독회를 도입했다. 낭독회는 유럽에선 오래전에 정착된 문학 행사다. 전문 배우가 감정을 실어 작품을 낭독하고, 작가가 작품 의도를 설명하면 독자 질문이 이어지는 방식이다. 단순한 작가 사인회가 아니라 일종의 퍼포먼스에 가깝다. 우리나라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이던 지난해, 독일에 한국문학을 알리려고 시도했던 행사를 올해 국내에 적용한 것이다. 1월부터 공지영.박완서.정호승 등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차례로 무대에 섰다. 22일 교보문고 잠실점에서 작가 이순원씨와 배우 이인철씨가 독자와 만난다.

◆문학제의 계절=봄은 문학제의 계절이다. 7~8일 경남 하동에서 열린 이병주문학제를 시작으로 5월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흥겨운 문학 축제가 이어진다. 김유정문학제.지용제 등 이름난 문학제엔 해마다 수만 명이 몰려든다.

우선 21~23일 강원도 춘천에선 제4회 김유정문학제가 열린다. 소설가 전상국씨가 정성들여 가꾼 김유정문학촌의 대표 행사다. '동백꽃'의 점순이 찾기, 투계, 떡메치기 등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이 여럿 마련됐다. 23일엔 서울 청량리역과 춘천 김유정역을 왕복하는 문학기행 열차가 운행된다.

복사꽃 흐드러진 경기도 이천에선 22일 '장호원 시회(詩會)'란 이색 행사가 열린다. 이천에 사는 이창기 시인이 주도한 행사로, 유명 시인들이 복사꽃 아래서 시를 지어 장원을 뽑는 백일장이 치러진다.

이어 다음달 2~14일 경기도 안성 조병화문학관에서 '꿈과 사랑의 시 축제'가, 다음달 12~14일 충북 옥천에서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축제 '지용제'가 열린다. 지용제에선 올해 지용문학상 시상식(수상자 강은교 시인)을 비롯해 문학포럼.시낭송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이외에 문학의 집.서울,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 강원도 인제 만해마을 등지에서 정기 문학강연이 예정돼 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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