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당내 온건파 전면에 나설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인·르윈」 미얀마 대통령의 사임을 바라보는 외국 전문가들의 시각은 미얀마 정국이 아직도 「네윈」전 국가사회주의계획당 의장의 손아귀에 있음을 의미한다는데 모아지고 있다.
「세인·르윈」의 사임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네윈」의 영향력에 의한 타살이며,「네윈」은 여전히 미얀마의 실력자라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문제는 「네윈」의 의중에 있는 차기후계자는 누구냐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 제기는 군이 계속 집권한다는 가정에서다.
이 가정 하에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캬우·흐틴」 국가평의회 의장 (64)이다.
퇴역장성인 그는 국방장관을 거쳐 지난달 27일 「세인·르윈」이 대통령이 되면서 그가 맡고 있던 정부서열 제3위의 자리를 승계 했다.
그는 집권 사회주의계획당내에서 온건파에 속하며, 「네윈」의 심복이며, 규율에 엄격한 「군인중의 군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카리스마적 존재다.
「캬우·흐틴」이란 온건한 인물이 실패할 경우 다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은 또 다른 초 강경파인「사웅·마웅」군 총사령관겸 국방장관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계엄선포 후 발포령을 내린 장본인으로, 대다수 버마인들은 그를 혐오하고 있기 때문에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이다.
또 지난번 강경파 「세인·르윈」을 내세워 범국민적 저항을 받고 실각한 전례가 있는 마당에 「네윈」이 또다시 강경파를 내세우리라고 보는 관측은 현재로선 설득력이 없다.
한편 이 같은 가정과는 달리 비록 현재 미얀마에 사회주의 계획당을 대체할 제2의 정당이 없고 오랜 경험을 가진 조직적인 반정부세력이 존재하지 않지만 미얀마의 국민항쟁이 성공 제2의 필리핀이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이 경우 가장 유력한 인물은 미얀마 개혁의 상징으로 현재 수감중인 「아웅·지」다. 그는 지난 3월 이후 「네윈」에 대한 일련의 공개서한을 통해 「네윈」을 퇴진토록 했으며, 지식인·학생·일반국민에 인기가 높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인물로 「아예코」 부통령, 「마웅마웅카」전 총리 등이 있다.
한편 현재 미얀마 사태를 이끌고 있는 학생·청년조직은 전국적 조직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반정부조직인 미얀마 공산당도 국민으로부터 유리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집권에까지 이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군이다. 미얀마에서 가장 근대화된 유일한 조직이랄 수 있는 군은 이번 미얀마 사태에서 군부세력, 특히 20, 30대 청년장교들은 시위진압에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 국민에게 동정적 입장을 취했다. 따라서 새로운 지도자는 이들 청년장교들로 부터 신망을 받는 인물이 아니면 안된다.
이와 함께 다른 한가지 변수는 소수민족들의 움직임이다. 그들이 미얀마 전국을 장악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혼란상태에서 그들의 향배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카렌·샨·카친·친·몽·아라칸·카야족들은 48년 미얀마 독립이후부터 계속 미얀마인 지배에 대한 자치를 요구, 무장저항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84, 85년 미얀마 정부군의 대대적 토벌로 잠잠해졌다가 이번 미얀마사태를 계기로 행동을 재개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동부에서 활동 중이던 반정부 카렌족 게릴라중 한 부대가 카렌주 수도 파안으로 이동했으며, 북부의 카친족 반정부군이 정부군에 대해 일제공격을 개시, 미얀마 정부 내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정우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