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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환경 공약 앞세우는 후보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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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지난 5일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기자를 대구 시내 대명천 월성교 다리 아래로 안내했다. 하천 한쪽에는 콘크리트 칸막이가 있었다. 주변 공장에서 나온 오·폐수가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도록 만든 ‘도랑’ 같은 시설이었다. 위쪽은 그대로 뚫려 있어 시커먼 폐수가 그대로 보였고, 악취도 진동했다. 콘크리트 칸막이 너머 하천 바닥도 시커먼 오니(汚泥)로 덮여 있었다. 정 국장은 “비가 오면 빗물도 함께 쏟아져 들어와 오·폐수가 하천으로 넘친다”며 “정부는 4대강 수질 개선한다고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지류 수질 개선에 무관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6~20일에는 환경부가 봄철 미세먼지 대책으로 지자체와 함께 전국 240여 곳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단속 시간·장소를 공개한 때문이겠지만 배출기준을 초과한 경유 차량의 적발률은 2% 수준에 그쳤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매연 단속에 나서야 할 일부 지자체 공무원은 단속 장비를 어디 뒀는지도 잘 몰랐고, 장비 사용법도 몰라 옆 지자체에서 급히 배워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자체에서 차량 매연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에코사이언스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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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국에 대기오염 배출시설(공장)이 6만 개에 이르는데, 그중 규모가 큰 1~3종 6000곳만 그나마 관리가 되고 나머지 5만여 곳은 관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에서 정책을 아무리 잘 세워도 지자체 공무원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벌어진 서울 등 수도권의 폐비닐 수거 거부는 환경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책임도 적지 않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주민들에게만 맡겨놓고는 정작 책임져야 할 지자체는 관심도 없었다. 수거 업체가 거부하자 그때야 부랴부랴 나선 것이다.

다음 달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수많은 지역 개발 공약을 쏟아낸다. 장밋빛 개발 공약이 표에 도움이 되겠지만, 오염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된다. 지자체가 나서야 환경이 개선되고, 환경이 개선돼야 시민 삶의 질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