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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빨강, 분홍 저지까지… 전설 쓴 자전거 황제 크리스 프룸

중앙일보

입력

지로 디탈리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크리스 프룸 [EPA=연합뉴스]

지로 디탈리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크리스 프룸 [EPA=연합뉴스]

'사이클 황제'가 위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크리스 프룸(33·영국)이 지로 디탈리아에서 우승하며 세계 3대 그랜드 투어를 연속으로 제패했다.

프룸은 28일(한국시각) 끝난 지로 디탈리아(이탈리아 일주 도로 사이클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이탈리아 전역을 21개 구간으로 나눠, 총 3562.9㎞를 돈다. 프룸은 합계 89시간 2분 39초로 우승했다. 지로 디탈리아에서 대회 선두는 '말리아 로자'로 불리는 분홍색 저지를 입는다. 분홍색 저지 차림으로 분홍색 자전거를 탄 프룸은 팀 스카이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프룸이 지난해 투르 드 프랑스에서 역주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프룸이 지난해 투르 드 프랑스에서 역주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프룸은 지난해 7월 세계 최고 권위의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일주 도로 사이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노란색 저지(마이요 존느)를 입었다. 이어 9월에는 부엘타 아 에스파냐(스페인 일주 도로 사이클 대회)에서도 챔피언의 상징인 빨간색 저지(마이요 로호)를 입었다. 프룸은 지로 디탈리아 우승을 끝으로 세계 3대 그랜드 투어를 석권했는데, 이들 세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한 선수는 에디 메르크(벨기에·1972∼73년), 베르나르 이노(프랑스·1982∼83년)에 이어 세 번째다. 프룸은 "세 개의 우승 저지를 모두 차지하는 건 사이클 선수의 꿈"이라며 기뻐했다.

영국 이민자 출신 자녀인 프룸은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났다. 17살 때까지는 취미로 사이클을 타다가 대학 진학 후 프로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2008년 유럽으로 건너온 그는 2010년 팀 스카이(영국)에 들어간 뒤 급성장했다. 2012년엔 브래들리 위긴스(38·벨기에)의 도메스티크(리더의 우승을 위해 이를 보조하고 희생하는 포지션)로서 위긴스의 우승을 도왔다.

부엘타 아 에스파냐에서 선두를 의미하는 빨간 저지를 입고 달리는 프룸. [AP=연합뉴스]

부엘타 아 에스파냐에서 선두를 의미하는 빨간 저지를 입고 달리는 프룸. [AP=연합뉴스]

2013년 위긴스를 밀어내고 팀 리더를 맡은 프룸은 투르 드 프랑스 정상에 올랐다. 2014년엔 사고로 손목을 다쳐 기권했지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으로 우승했다. 곧바로 부엘타 아 에스파냐까지 정복한 프룸은, 2010년 이후 8년 만에 도전한 이번 지로 디탈리아에서 우승하며 대기록을 완성했다.

프룸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비결은 강한 심장과 폐다. 프룸은 2015년 자신의 신체 능력을 공개했는데, 당시 측정한 최대 산소 섭취량이 84.6㎖/min/㎏으로 일반 성인 남성(약 40~45)의 두 배였다. 또 최저심박수는 분당 29회로 일반인(70회)의 절반도 안 됐다. 남들보다 더 많은 산소를 들이마신 뒤, 혈액을 효율적으로 온몸에 퍼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프룸은 오르막 구간이 많은 산악 지역에 유난히 강했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강세를 보였던 이유다.

세계 최고인 프룸에게도 옥엣티가 있다. 바로 금지약물 복용 의혹이다. 지난해 9월 부엘타 아 에스파냐 당시 프룸의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살부타몰이 허용치의 두 배 이상 검출됐다. 천식 치료제인 살부타몰은 기관지 확장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천식을 앓아온 프룸은 대회 기간 증상이 심해져 주치의의 처방을 받아 규정 범위 안에서 약물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이클연맹(UCI)은 아직 이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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