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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폭행' 이명희 경찰 출석…두 딸 이어 엄마도 갑질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원들에게 폭언·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뉴스1]

직원들에게 폭언·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뉴스1]

'갑질' 논란에 휩싸인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이 경찰에 출석했다.

23일 오전 10시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모습을 드러낸 이 이사장은 그룹 임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있는지, 직원들에게 할 이야기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한다""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죄송하다는 말씀 외엔 할 말이 없는지' 묻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 이사장은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과 평창동 집에 상주하고 있는 운전기사, 가사도우미 등에게 일상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의 갑질 논란은 2014년 인천 하얏트호텔 신축 조경 공사장 현장에서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직원의 팔을 끌어당기고 삿대질 하는 모습의 영상이 지난달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2013년 집 리모델링 공사에서 이 이사장이 작업자에게 폭언을 하는 음성 파일도 공개됐다.

언론 보도 이후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고 영상 속 주인공은 이 이사장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이사장 관련 갑질 제보는 다양한 경로로 이어졌다. 경비원과 직원에게 가위와 화분 등 "던질 수 있을만한 건 모두 던졌다"는 제보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 6일 정식 수사로 전환한 뒤 10여 명이 넘는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이 이사장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이사장의 언어적·물리적 폭력이 일상적이었고 그 정도가 상당했다는 증언 등을 토대로 업무방해·상해·상습폭행·특수폭행 등 혐의 적용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날 서울경찰청 정문 앞에서는 이 이사장의 갑질을 규탄하는 피켓시위 등이 계속됐다. 민중당은 이 이사장이 경찰에 출석하기 전부터 '안하무인 갑질몸통''재벌갑질 OUT 조씨일가 DOWN' 등의 피켓을 들고 이 이사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일가의 처벌을 촉구했다. 한 중년 남성도 '한진KAL총수家 갑질, 밀수 탈세, 국민들 치를 떨고 환장하겠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일 딸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가 이른바 '물벼락 갑질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경찰 포토라인 앞에 섰다. 조 전무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해 결국 업무방해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됐다.

이 이사장은 필리핀 가정부 불법 고용 의혹에 대해서도 조만간 법무부 서울출입국 외국인청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서울출입국 외국인청은 앞서 24일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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