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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초음파 열·진동으로 자궁근종 안전하게 태워 가임력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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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기는 혹(양성종양)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임기 여성 40%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김태희 원장은 “어머니가 자궁근종이 있거나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노출된 시기가 길수록 발병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자궁근종 환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초경은 빨라진 반면 임신 연령은 늦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마취·흉터·출혈 없는 ‘3무 치료법’ #눈에 보이지 않는 종양까지 제거 #절개하지 않아 자궁 최대한 보존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은 하이푸와 동맥 내 혈관 치료, 초음파 조영제를 함께 사용해 자궁근종 치료 성적을 끌어올린다. 프리랜서 김동하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은 하이푸와 동맥 내 혈관 치료, 초음파 조영제를 함께 사용해 자궁근종 치료 성적을 끌어올린다. 프리랜서 김동하

자궁근종, 난임·유산 초래할 수도

자궁근종이 있다고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크기가 작고 증상이 없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 근종의 변화를 관찰하면 된다. 자궁근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종양이 자라 몸에 이상을 유발할 정도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자궁근종의 위치·크기에 따라 난임·조산·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관리가 필수다. 김 원장은 “생리 양이 급격히 늘거나 복부·허리·골반에 이유 없는 통증이 느껴질 때, 빈뇨·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단과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궁근종 치료는 크게 수술과 비수술 치료로 나뉜다. 수술은 배를 가르는 절제술과 복부에 1~3개 구멍을 뚫는 복강경, 자궁경부 쪽으로 내시경을 삽입해 종양을 떼는 자궁경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된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정확도 높은 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거나 장비가 닿기 힘든 부위는 수술을 해도 치료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수술 후 자궁 근육이 약해져 출산 시 절개 부위가 터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존재한다.

초음파 조영제와 병행 치료하면 효과↑

그래서 최근에는 비수술 치료, 그중에서도 고강도 초음파를 이용한 ‘하이푸’가 주목받고 있다. 초음파를 한 점에 모아 순간적으로 65~80도 정도의 고열을 발생, 열에 약한 종양을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돋보기로 빛을 모아 불을 지피는 것과 같은 원리다. 마취·흉터·출혈이 없어 ‘3무(無) 치료법’으로 불린다. 통증이 거의 없고 절개를 하지 않아 자궁을 최대한 지킬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종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과거 하이푸는 크기가 작고 물·혈액 함량이 적은 종양을 치료하는 데 주로 쓰였다. 오랫동안 자라 내부에 물이 찼거나 혈류량이 많은 자궁근종은 하이푸로 태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이푸 치료 전 ‘동맥 내 혈관 치료’와 ‘초음파 조영제’를 활용해 종전에 수술해야 했던 자궁근종까지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동맥 내 혈관 치료는 ‘부분 색전술’을 말한다. 색전술은 자궁근종의 비수술 치료법 중 하나로 자궁근종으로 향하는 동맥을 막아 종양을 굶어 죽이는 방식이다. 부분 색전술은 자궁 동맥의 일부만 막는다. 이를 통해 자궁근종에 찬 물과 혈액을 빼내고 크기를 줄여 하이푸 시술이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동맥 전체를 막지 않아 일반 색전술보다 통증은 적은 반면에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30대 자궁근종 환자의 치료 전후 MRI 사진. 하이푸 시술 3개월 후(오른쪽 사진) 자궁근종(빨간색 원) 이 절반 이상 줄고 자궁 크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30대 자궁근종 환자의 치료 전후 MRI 사진. 하이푸 시술 3개월 후(오른쪽 사진) 자궁근종(빨간색 원) 이 절반 이상 줄고 자궁 크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초음파 조영제는 초음파의 진동 에너지를 높여 짧은 시간에 강한 충격파를 발생시킨다. 치료 시간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누적된 열에너지로 인한 주변 조직 손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처치이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김태희 원장은 자궁근종 환자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하이푸 치료만 받게 하고 다른 그룹은 초음파 조영제와 하이푸를 병행 치료한 후 종양 변화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병행 치료를 한 그룹은 하이푸 치료만 한 그룹보다 종양 감소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랐다. 해당 연구결과는 지난해 열린 ‘국제 미세침습·비침습학회’에서 발표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초음파 세기, 눕는 방향 등 미리 따져봐야

하이푸 치료의 성패는 의료진의 숙련도 못지않게 치료 장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어떤 장비를 쓰느냐에 따라 치료 성적은 물론 합병증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 이는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다.

 먼저 하이푸 초음파의 세기(와트·W)를 확인해야 한다. 초음파 세기가 강할수록 에너지가 크고 종양 괴사율도 높다. 반대로 초음파가 너무 약하면 종양이 제대로 괴사하지 못해 추가 시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치료 시 눕는 방향도 중요하다. 하이푸는 엎드려서 치료받는 것이 반듯이 눕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김 원장은 “엎드린 채로 치료를 받으면 중력의 영향으로 자궁이 척추나 장(腸)과 멀어져 신경 손상이나 장 파열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의료진이 단순히 하이푸 치료만을 고집하지는 않는지, 어떤 장비를 쓰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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