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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개편 ‘4중 하도급’ 구조... 국민들에 책임 전가 비판도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 마당'. 김진경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7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 마당'. 김진경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특위)가 31일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할 주제의 범위를 발표한다. 공론화 범위가 정해지면 TV 토론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시민참여단 400명이 최종적으로 대입개편 방안을 정한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로, 다시 대입특위와 공론화위를 거쳐 시민참여단으로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4중 하도급’ 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이미 개편 방향을 정해놓고 국민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27일 대입특위가 6~7월 두 달 동안 시민들이 논의하게 될 대입 개편의 범위를 결정해 31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입특위는 지난 17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4차례 개최된 대입개편 열린마당과 인터넷을 통해 진행된 대국민 의견수렴 등의 내용을 참고해 공론과 범위를 정할 계획이다.

김영란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뉴스1]

김영란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뉴스1]

 당초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대입 개편안을 이송하며 3가지 ‘주요 논의사항’을 제시했다. 첫째는 선발 방식의 균형(정·수시 적정 비율), 둘째는 선발 시기 조정(정·수시 통합) ③수능 평가방법 결정(절대평가 전환 여부) 등이다. 더불어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수능에 포함시킬 과목 결정,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 등도 ‘추가 논의사항’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대입특위는 이번 공론화 과정의 논의 범위를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범위가 넓어질 경우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학종에 대한 찬반 여부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우가 많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입개편을 둘러싸고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중앙포토]

대입개편을 둘러싸고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중앙포토]

 실제로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은 교육부가 제시한 3가지 ‘주요 논의사항’ 중 2가지에 대해선 이미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시와 수시의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한다 하더라도 대학에 이를 강제할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정·수시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수능과 학종, 교과 전형의 칸막이가 허물어지면서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나올 수 있다며 공론화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부정적으로 봤다.

 결국 공론화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여부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발표했던 대입 개편안의 핵심 내용으로 1년 사이 달라진 점이 없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지난해와 논의 주제가 똑같을 거면 1년씩이나 발표를 연기하며 교육부가 뭘 한 건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입시 개편 방향을 정해 놓고 국민들의 의견 수렴을 한다는 명분만 쌓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히 학부모들은 지난해 대입 개편안 연기의 핵심 원인인 불공정한 학종 개선 등의 문제가 공론화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은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교육부가 많게는 144가지 입시 안을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공론화 범위가 매우 지엽적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빼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모(45·경기 고양시)씨는 “학생과 학부모는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학종에 대해 불만이 많다”며 “정작 공론화가 필요한 것은 학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불공정한 입시 문제를 바로 잡지 않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할 건지 말 건지만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각에선 “말이 좋아 공론화지 사실상 국민에 책임 전가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대입개편안은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개편특위→공론화위→400명 시민참여단으로 이어지는 ‘4중 하도급’ 구조다. 사실상 시민참여단 400명이 대입개편안을 결정하게 된다. 대국민 토론회와 전문가 논의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복수의 대입 개편 시나리오를 만들어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하면 참여단이 숙의과정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을 ‘속성 과외’시켜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에 대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기대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특히 입시에 대한 찬반 의견이 명확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400명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공론화 위원인 강현철 호서대 빅데이터경영학부 교수는 “지역·성별·연령 등을 고려해 2만여 명을 무작위 추출해 1차 설문조사를 한다”며 “이후 400명의 시민참여단을 뽑을 때 1차 응답 비율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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