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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기장 옆 고층아파트 건설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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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텍사스의 자동차 경주장 옆에 고층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고 있는 스피드웨이 모터스포츠사의 버튼 스미스 사장이 아파트에서 경주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게티 이미지=유로포토]

미국에서 최근 나스카(NASCAR:The 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전미 개조 자동차 경주대회)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장 옆 최고급 고층 아파트에서 느긋하게 경기를 즐기려는 부유층이 늘고 있다.

13일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과거 서민층의 스포츠로 여겼던 나스카에 부유층도 열광하기 시작했다. 최근 나스카경주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고정 팬의 숫자는 1995년보다 19% 늘어 현재 75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연 수입 7만 달러를 넘는 중산층 이상이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스카는 포드.시보레 등에서 생산한 일반 승용차를 외부는 그대로 둔 채 내부만 개조해 벌이는 미국의 자동차 경주대회다. 개조한 차를 스톡카 (Stock Car)라고 부르는데 5000cc급 이상의 강력 엔진과 광폭 타이어를 갖춰 굉음과 함께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48년 시작됐으며, 현재 25개 주 32개의 경기장에서 매년 35회 이상의 경기가 열린다. 박진감이 넘쳐 미국에선 미식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있다. 날렵한 경주용 특수차로 경기를 벌이는 포뮬러(Formula) 대회와 달리 경주용 차의 외모가 일반 차와 똑같아 친근감을 주는 것도 인기의 한 이유다.

뉴욕 타임스는 나스카가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경기 상황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경기장 옆 고층 아파트 건설붐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로 스피드웨이 모터스포츠사는 지난달 라스베이거스 경기장 옆에 120채의 아파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장 옆에 아파트가 건설된 적은 85년에도 있었다. 노스 캐롤라이나주 콩코드시에 위치한 로우(Lowe) 경기장 옆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황당한 일'로 받아들여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여유있는 팬이 급증하면서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고층 아파트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 라스베이거스 경기장 옆의 경우 방 하나 딸린 아파트가 60만 달러(약 6억원)에 거래되며 방 3개짜리 펜트하우스는 450만 달러를 호가한다. 이들 아파트의 특징은 경기장 쪽으로 면한 벽 전체가 두꺼운 유리로 돼 있다는 것. 아울러 요란한 자동차 소음을 막기 위한 시설도 잘 돼 있다.

부유층 외에 기업들도 이들 아파트를 구입, 손님 접대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나스카 관람용 아파트가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자리 잡은 최고급 아파트에 못지 않다"고 평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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