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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대신 작성’ 강원랜드 수사단, 대검 수뇌부 노린 ‘기획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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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지검장)이 대검찰청 수뇌부 등의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의 추가 고발장을 대신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 내부에서 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수사단의 개입으로 작성된 새 고발장엔 피고발인 수가 2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여기엔 김수남 전 총장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문 총장은 23일 “자초지종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수사단, 고발장 대신 작성 #새 고발장엔 피고발인, 2명 →7명 증가 #"고발장 대신 작성, 불법 아니지만 이례적"

일각에선 “앞서 문무일 총장과 대검 반부패부의 조직적 수사 방해에 초점을 맞췄던 수사단이 사실상 ‘기획 고발’을 계획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고발장 대신 작성→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의 ‘수사외압 총장 개입설’ 기자회견→비슷한 내용을 적은 수사단의 보도자료 배포가 ‘불순한 목적’을 갖고 차곡차곡 진행됐다는 관측이다.

안미현 검사(오른쪽)가 1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에서 강원랜드 수사외압 사건 수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안미현 검사(오른쪽)가 1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에서 강원랜드 수사외압 사건 수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수사단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22일에 이어 이날도 ‘기획 고발’ 의혹은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사단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발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애초 작성된 고발장의 범위를 벗어나는 내용들이 있어 고발장 재작성 의사를 물었다. ‘다시 해 오겠다’고 하길래 편의 제공 차원에서 수사 검사가 고발장을 다시 작성해 서명, 날인을 받은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검 수뇌부를 포함해 현직 검사장 3명을 피의자로 삼겠다는 게 수사단의 목적이었다면 참고인 조사 대신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정한 뒤에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받자는 게 수사단의 판단이었다. ‘진의(眞意)’가 왜곡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통상 고발 사건의 경우 수사팀은 고발인을 먼저 조사한다. ▶고발 취지▶고발 대상▶고발의 범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고발장에 적시되지 않는 진술을 수사 대상으로 정할지는 수사팀의 고유 권한이다.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도 그랬다.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수사 대상과 범위를 ‘직권남용’에 제한하지 않고 ‘국민적 의혹’으로 연결시켜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18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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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의 고발장 대신 작성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허윤 서울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불법은 아니다”면서도 “검찰이 고발인을 대신해 고발 대상자를 특정해주고 고발장을 대신 수정해 작성하는 것은 사법시스템상 공정성과 중립성을 갖춰야 할 수사기관이 할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급 검사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서 오해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수사단의 고발장 대신 작성과 관련해선 대검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수사단에 대한 감찰 등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문 총장의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안미현 검사에 대해선 대검에 징계 요청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의정부지검(지검장 김회재 검사장)은 안 검사가 소속 기관장의 승인 없이 기자회견을 강행해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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