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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 확 바꾸자 ③ 체험학습 기회를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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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주 영어마을에 입소한 성남서중학교 학생들이 13일 웨이터 역할을 하는 라비에르 다린 선생에게서 식사예절을 배우고 있다. 조용철 기자

"Hahaha! Helene. You will be killed by me"(하하하, 넌 내 손에 죽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안산 영어마을. '드라마' 전공 학생들이 스토리 보드에 맞춰 공포영화를 찍었다. 정지은(14.경기 장자중 2)양이 친구에게 이렇게 외치다 감정몰입에 실패하자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다. "Well, we need a surprising mask"(선생님, 무서운 가면이 있어야 실감이 나죠). "Just pretend!"(있다고 쳐). 교사 줄리(26)의 답변은 짧고도 발랄하다.

다양한 경로로 영어를 체험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최근 2년간 영어마을.영어캠프, 영어권 국가와의 교환학생 등 체험형 영어학습이 늘고 있다. '영어의 바다'에 본격적으로 빠지기 전 '준비운동'을 하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직 시작단계여서 기회가 충분하지는 않다.

◆ "또래와 어울리면서 영어를 배워요"=스웨덴 스톡홀름의 르난 초등학교는 11월 6학년생 네 명을 2주간 영국 초등학교로 보낸다. 그곳 학부모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다고 한다. 영국에 가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영어 에세이 대회도 치를 예정이다. 데사이아 웰스베리 교감은 "왜 영국에 가야 하는지를 잘 알고, 그곳에서 스웨덴을 대표해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 학생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8명의 외국 학생도 스웨덴으로 와서 우리 학생들과 영어로 얘기할 것"이라며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펜팔로까지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럽연합(EU) 차원의 유치원.초.중.고교의 교류 프로그램이다. EU에 속한 국가들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예비 교사까지 교환에 참여시킨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서쪽으로 300㎞쯤 떨어진 살라망카의 라 알베르카 마을. 15세기 건물이 도심에 있고 대장장이가 전통적 방식으로 망치질을 하는 이곳에 6월 말부터 네 차례에 걸쳐 각각 13~18세 학생 40명이 찾아온다. 절반은 스페인 학생이고 절반은 영국.미국 등 영어권 국가 학생이다. 같은 또래인 이들은 일주일간 생활한다. 얘기하고 소풍을 가거나 야외에서 공놀이를 하는 식이다. 주최 측인 보건 빌리지는 "스페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지만 서너 단어 이상 말하는 것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그러나 또래와 어울리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더 쉽게 영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에서는=경기 영어마을 파주캠프는 지난해 12월 접수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2만1000명이 몰렸다. 경기안산캠프는 개원한 지 2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포화상태다. 2008년 2월 문을 여는 양평 캠퍼스까지 포함해도 경기도 내 중학교 2학년의 35%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영어마을을 세우는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2008년에는 국내에 총 43개의 영어합숙시설이 들어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의갑 박사는 "프로그램.원어민 공급 등은 인증제를 실시하는 등 국가기관이 나서 각 기관의 프로그램이나 운영 상태를 점검.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영어마을인 '브리티시 힐'의 우에노 미치코(上野美智子) 영업부장은 "지자체가 중심이 돼 운영하는 한국의 영어마을은 안정적인 재정 등 장점도 많겠지만 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와 개성에 맞출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안에 체험학습 시설을 만드는 학교도 늘고 있다. 학교 내 영어교육 센터인 영어존을 4곳 운영 중인 서울 대모초등학교의 정해철 교장은 "영어 사설학원에 다니는 학생 수가 2003년 72%에서 (영어존을 설치한) 2005년 53%로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충남 서천 동강중은 2001년부터 미국뿐 아니라 인도.에콰도르.멕시코 등 5개국 학교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서용경 교장은 "외국 학생들은 한국사 시간에는 동강중 학생들에게 영어 설명을 듣다가도 영어수업에선 또래 원어민 강사가 된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호주.캐나다 등 영어권 7개 나라에만 전국 초.중.고 164개 학교가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전체 학교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특별취재팀=김남중.고정애(스웨덴.핀란드).이원진(말레이시아) 기자, 상하이=유광종 특파원,

파리=박경덕 특파원, 도쿄=이승녕 기자<social@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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