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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24조 > 한국 19조 > 구글 17조...아마존 연구개발비 구글도 제쳤다

중앙일보

입력

아마존의 물류센터 내부 모습. [중앙포토]

아마존의 물류센터 내부 모습. [중앙포토]

세계적인 유통 기업 아마존의 연구개발비(R&D)가 2년 연속 구글을 따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226억 달러(24조4300억원)를 투입해 2위를 차지한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을 따돌렸다. 알파벳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166억 달러(17조9400억원)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두 기업을 비교하면 아마존이 구글보다 7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더 쏟아부은 것이다. 팩트셋의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6년에도 연구개발비 투자에서 알파벳을 따돌렸다.

 지난해 미국 기업의 연구개발비 지출 순위. [팩트셋]

지난해 미국 기업의 연구개발비 지출 순위. [팩트셋]

연구개발비만 놓고 보면 세계적으로 아마존에 맞설 적수가 없다. 팩트셋의 조사엔 한국 기업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의 7% 수준인 16조805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이를 팩트셋의 순위에 대입하면 3위 정도 수준으로 구글 다음이다. 인텔은 연구개발에 131억 달러(14조1200억원)를 투자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123억 달러(13조 2500억원), 애플 116억 달러(12조5400억원) 순이었다. 이와 비교해 정부가 책정한 올해 국가 연구개발비 예산은 19조6000억원이다.

아마존이 최근 선보인 차량 트렁크 배달 서비스의 모습. [사진 아마존]

아마존이 최근 선보인 차량 트렁크 배달 서비스의 모습. [사진 아마존]

아마존의 미래 먹거리는 '맞춤형 의류'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한 아마존은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2016년 12월 처음으로 선보인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가 대표적이다. 고객이 아마존 고 매장에 들어서면 매장 카메라가 고객을 추적한다. 카메라는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는 순간을 인식해 물건값을 매긴다. 아마존은 2014년 고객 동선을 따라 이동하는 카메라와 센서 기술의 특허를 등록했는데 특허부터 매장 개장까지 3년이 걸린 셈이다. 아마존은 올해 아마존 고 매장을 6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의 매장 모습. [중앙포토]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의 매장 모습. [중앙포토]

아마존이 준비하는 미래 먹거리는 그동안 발표한 특허를 보면 알 수 있다. 특허 정보 업체 IFI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6년 한 해 동안 1662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가장 최근에 확인된 특허는 의류 피팅 거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아마존이 개발하는 피팅 거울은 사용자의 얼굴과 눈을 인식한다. 고객이 거울 앞에 서면 인터넷으로 선택한 옷을 가상으로 피팅해 준다. 아마존은 의류 유통 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옷이 그것이다. 스몰(S), 미디엄(M), 라지(L)라는 단순 분류에서 벗어나 수선 없이 입을 수 있는 맞춤형 의류를 개발하기 위해 고객들의 신체 사이즈를 수집하고 있다. 아마존의 의류 유통 혁신이 성공하면 전통적인 의류 사이즈 체계도 바뀔 전망이다.

가정용 로봇에 이어 블록체인 기술에도 도전

아마존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디스플레이를 설치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쇼. [중앙포토]

아마존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디스플레이를 설치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쇼. [중앙포토]

아마존은 가정용 로봇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중이다. 베스타(Vesta)라는 이름의 가정용 로봇에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인 ‘에코’ 기능이 포함될 전망이다. 베스타는 주인의 음성을 듣고 답을 하거나 반응하는 로봇이 될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 등은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도 진출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아마존 클라우드(AWS)를 활용한 블록체인 서비스인 칼레이도를 선보였다.

미국 특허청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사람의 행동이나 박수 소리 등을 알아듣는 드론 특허를 등록했다. 이를 활용하면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2012년부터 드론을 활용한 물건 배송을 개발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시범 서비스에도 성공했다. 사람 행동을 인식하는 드론을 아마존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드론 배송 시장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아마존에 발송한 공문. 아마존이 보낸 서류 검토를 마쳤고 회계 처리의 모든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미 증권거래위원회]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아마존에 발송한 공문. 아마존이 보낸 서류 검토를 마쳤고 회계 처리의 모든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미 증권거래위원회]

사업보고서에선 연구개발비 항목 없어

흥미로운 사실은 아마존이 공시하고 있는 사업보고서엔 연구개발비(R&D)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연구개발비 항목을 대신해 테크놀로지와 콘텐트(technology and content)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를 두고 지난해 연말부터 아마존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아마존이 다른 IT 기업처럼 연구개발비를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존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 들이는 비용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연구개발비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아마존의 주장에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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