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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단 항명 막아낸 문무일 검찰총장…판정승 거뒀지만 상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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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의 항명 사태에서 문 총장 '판정승' 

현직 검사장 두 명의 직권남용 혐의를 놓고 11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던 대검 전문 자문단 회의는 결국 문무일(57ㆍ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결론 났다.

대검 전문자문단 회의 결과 #문 총장 “불미스러운 일로 송구,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 개선” #강원랜드수사단 타격 입을 듯 #국민 의심 불식도 남은 과제

 김우현(51·연수원 22기) 대검 반부패부장, 최종원(52·연수원 20기) 서울남부지검장 등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불거졌던 검사장 두 명은 기소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19일 대검 관계자는 "강원랜드 수사 지휘 과정은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는 것이 법조인 7명으로 구성된 전문 자문단의 심의 결과"라며 "치열한 법리 토론 끝에 불기소 의견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핵심 참모인 김우현 반부패부장이 기소 위기에서 벗어남으로써 문 총장 역시 리더십이 손상될 위기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자문단 회의 직후 문 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의 의사결정 시스템 가운데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겠다"며 "국민들의 기대에 맞게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소 대배심제를 본떠 기소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수사심의위원회, 전문자문단 등 자신이 추진했던 검찰조직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미현 검사가 1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에서 강원랜드 수사외압 사건 수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미현 검사가 1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에서 강원랜드 수사외압 사건 수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총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의 회견 직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도 "총장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지휘권을 행사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 등을 막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검찰총장을 상대로 항명 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에 향후 수사단 지도부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 총장 역시 ‘판정승’을 거두긴 했지만 자신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부하 검사의 항명을 겪었단 점에서 상처를 입었다. 여전히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불식시켜야 할 과제도 남겼다.

문무일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양부남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양부남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 [뉴스1]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 총장이 '민주적 리더십'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취임 후 처음 겪은 내부의 분란을 가라앉힐 기회를 얻었다"면서도 "국민들이 품고 있는 강원랜드 수사에 대한 의혹은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문 총장 역시 성명문에서 "앞으로 검찰은 많은 젊은이에게 절망감을 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비롯한 모든 사건에서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자문단 심의 결과가 나온 뒤 "외압 부분에 대한 전문자문단의 심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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