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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트럼프 만나 ‘도보다리 대화’ 전할 듯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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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호 07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첫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한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8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21~22일 양일간 미국을 공식 실무 방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네 번째며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서 22일 배석자 없이 회담 #18일 방북기자단 명단 수령 거부 등 #북한, 한·미 겨냥 강경 입장 계속 #문 대통령, 북·미 중재 역할 고심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양 정상이 참모들 배석 없이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양 정상이 깊은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44분간 독대한 내용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의제와 관련해 남 차장은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은 청와대의 고심과도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12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돌연 남북과 북·미 관계에서 강경 모드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채널이 막히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하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문 대통령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청와대는 일단 로 키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진의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막후 채널을 통해서다. 하지만 지난 17일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한 북한은 이날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방북 기자단 명단도 접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는 23~25일로 예정된 공개 행사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에서 접수하지 않는 이유 등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구축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 간 첫 통화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남북 간 실무라인이 계속 가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 고비를 넘기면 남북 정상 간 통화도 자연스레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몽니’가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례로 볼 때 북한이 ‘선 핵 포기, 후 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 모델’까지 공개적으로 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입장 완화를 위해 문 대통령이 설득에 나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후 북남 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이선권 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는 지난 17일 발언과도 맥이 닿아 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18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과거 여러 차례 남북관계를 흔들어 북·미 협상의 숨통을 트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한번 이 같은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허들(Huddle·요구 수준)’을 낮추는 쪽으로 미국을 설득하려 한다면 자칫 한·미 관계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비핵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한 한·미 동맹이 북한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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