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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논란 불붙인 OECD 경기선행지수…"한국 9개월 연속 하락 수축 국면"

중앙일보

입력

최근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 라인 내부에서조차 ‘경기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하남현의 통계 엿보기] #김동연, 김광두 엇갈린 시각 ‘경기 논쟁’ #‘OECD선행지표’ 한국 경제는‘수축 국면’ #두 달 연속 기준치 100도 밑돌고 내리막 #정부 “선행지표로만 경기 판단 부적절”

경기 논쟁이 불붙은 건 경제 지표 탓이다. 특히 ‘비관론자’들의 주 논거가 되는 지표 중 하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경기침체론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성급하다는 취지로 반박하자, 김 부의장이 재반격에 나서며 경기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왼쪽),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입장하는 모습. [연합]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경기침체론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성급하다는 취지로 반박하자, 김 부의장이 재반격에 나서며 경기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왼쪽),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입장하는 모습. [연합]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정부의 경기 판단, 문제 있다’라는 글을 통해 “한국의 2월 OECD 경기선행지수는 9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 하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부의장은 “김상봉 교수의 글에 공감한다. 지표로 볼 때 경기는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라며 논쟁의 불을 지폈다.

경기선행지수란 무엇일까? ‘선행’이란 말이 내포하듯 가까운 장래의 경기 동향을 전망하는 지표다. OECD는 이 지수를 통해 국가별ㆍ지역별로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한다. 1981년부터 매월 작성하고 있다.

국가별ㆍ지역별 지수뿐 아니라 OECD에 가입된 국가를 종합한 지수, OECD 비가입 국가 중 주요 6개 국가에 대한 지수도 산출한다.

총 지수에는 33개의 국가가 포함돼 있다. 총 지수 이외에도 주요 7개 경제 대국을 대상으로 한 지수, 유로 지역 지수, 아시아 지역 지수를 추가로 작성한다. 7개 주요 국가 지수(G7)에는 캐나다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 일본ㆍ독일ㆍ미국ㆍ영국이 포함된다.

유로 지역 지수는 유로 지역 국가 중 OECD에 가입한 15개 국가가 대상이다. 아시아 지역 지수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일본ㆍ한국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13일 OECD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99.76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연합뉴스]

13일 OECD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99.76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연합뉴스]

이 지수는 경기순환국면을 크게 4단계로 나누고 있다. 기준은 100이다. 100을 상회하면서 상승 추이에 있으면 확장 국면이고 100을 넘으면서 하락 추이에 있으면 하강 국면이다.

100을 하회하면서 하락 추이에 있으면 수축 국면, 100을 밑돌면서 상승 추이에 있으면 회복 국면으로 평가한다.

이런 4단계를 놓고 보면 한국은 ‘수축 국면’으로 볼 수 있다. OECD는 올 2월 기준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99.76 라고 발표했다. 1월(99.84)에 이어 두 달 연속 100을 밑돌았다. 올해 이전에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건 2014년 9월이 마지막이다.

게다가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9개월 내내 내리막을 탔다. 100을 하회하면서 장기간 하락하고 있으니 경기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이 지수가 완벽히 들어맞는 건 아니다. 프랑스와 호주 등의 경우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OECD 경기선행지수는 하락 추세를 보였다.

프랑스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1월 100.4에서 올 2월 100.2로 떨어졌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프랑스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1.8%)보다 0.3%포인트 높은 2.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기획재정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OECD 경기선행지수의 하락만을 근거로 경기 하강국면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향후 경기국면의 판단은 선행지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지표 등을 활용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며 “세계 경제 개선, 수출 호조세 등을 고려하면 회복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경기 하강 국면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경제 지표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고용 상황은 악화일로다. 한국 경제를 나 홀로 이끌던 수출도 멈칫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은 올 2~4월에 석 달 연속 10만 명대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10개월 연속 취업자가 증가했던 제조업에서 지난달 6만8000명이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은 지난달 1년 전보다 1.5% 감소하며 18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다. 3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 달보다 1.2% 줄었다. 2006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기 통계로 경기를 섣불리 판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금 경제 상황을 최근 통계, 특히 월별 통계를 갖고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며 “3, 4월 월별 통계로 경기 자체를 보기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4월 수출 감소를 두고 많이 얘기하는데 수출액 자체는 많았고, 지난해 4월 수출이 특이하게 많이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광두 부의장이 제기한 ‘경기침체론’을 사실상 반박한 셈인데, 김 부의장은 재차 반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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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의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동연 부총리의 반박을 담은 뒤 “경제를 볼 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현상이 나타나게 하는 구조는 현상의 추세를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현재 눈에 보이는 통계적 현상은 구조적 현상의 결과”라며 “이런 구조가 지속하는 한 통계적 현상이 개선되기 어렵고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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