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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파문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내각책임제 개헌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여당고위인사로는 처음으로 내각제 개헌필요성을 주장한 민정당의 윤길중 대표위원은 3일 당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헌소신을 계속 주장하고 금년말부터 이에 찬성하는 세력과의 연정구상까지 피력하는 등 그의 발언을 더욱 진전시켰다.
이에대해 야당측 김대중 평민당, 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이날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각책임제 개헌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내각제 개헌발언파문은 정가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관련기사 3면>
【마닐라=문창극 기자】민정당의 윤길중 대표위원은 3일 오전(현지시간)『내각제 개헌이전에 내각제에 찬동하는 제세력이 정치적으로 연합해 연립정부형태로 여권체제를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계개편 및 연정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윤대표는 이날 필리핀을 떠나기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연정구상을 밝히고 그 시기에 관해서는 「올림픽후 금년 연말까지」라고 덧붙여 올림픽후 연정구성과 관련한 본격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할 생각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윤대표는 『내각제 개헌은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여소야대와 같은 기형적인 정치상황을 타개하고 지역당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등 현실정치의 강력한 필요성 때문에 반드시 추진돼야할 것』이라고 거듭 말하고 『그러나 개헌하더라도 현대통령의 5년 임기는 보장돼야하는만큼 내각제개헌찬성세력이 먼저 연립정부를 구성, 개헌을 추진토록 하는게 좋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윤대표는 연정대상으로 민주당과 김영우 총재, 공화당과 김종필 총재 등을 거론했다.
윤대표는 4·26총선결과로 생긴 여소야대의 4당 체제에 대해 『여야 모두책임과 권한이 분명치 못한 극히 기형적인 정치상황이며 결과적으로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내각제하에서라면 연립정부가 출범돼 여야관계가 분명하고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이 확실히 구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이날 내각책임제 개헌논의에 대해 『이 문제는 필요하다, 않다의 논의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내각책임제 논의가 정치초점을 다른데로 옮기려는 의도가 없다면 발언자의 본의와는 달리 정치혼란만을 가져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민주당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윤 민정당대표의 내각제 개헌발언에 대해 『온 국민의 열망에 따른 직선제 시행 6개월만인 이 시점에서 내각제를 거론하는 것은 5공화국비리·광주특위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 저의에서 나온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5공화국비리척결·광주진상규명·구속자석방 등 현안 해결이며 현재와 같은 정국구도하에서 내각책임제로의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박준병 민정당 사무총장은 이날 윤 대표위원의 내각제 및 연정구상발언과 관련, 『당정간 또는 여야간 전혀 거론된바 없고 당론이 아니다』고 공식 부인했다.
박총장은 『윤대표의 발언은 윤대표도 현지에서 말했듯이 개인의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내각제는 물론 내각제를 찬성하는 세력의 연정은 대통령중심제하라는 점에서도 전혀 고려된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당국자는 3일『노태우 대통령에게 윤대표의 마닐라 발언에 대한경위와 문제점을 보고했다』고 밝히고 『보고 후 박준병 민정당 사무총장에게 마닐라로 공식 항의하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나갔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윤대표의 발언이 당정간에 협의도 없었을뿐 아니라 중간평가 등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문제를 사견으로라도 언급한 것을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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