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땅콩회항' 피해 승무원 변론했던 美 로펌, 엘리엇 법률대리인 맡기로

중앙일보

입력

엘리엇 매니지먼트 폴 싱어 회장 [중앙포토]

엘리엇 매니지먼트 폴 싱어 회장 [중앙포토]

엘리엇, 삼성합병 관련 ISD 법률대리인 선정 작업 '잰걸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영국 소재 법무법인(로펌) ‘쓰리크라운’에 이어 미국 로펌 ‘코브레앤김(Kobre & Kim)’의 조력을 받는 것으로 17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한국계' 변호사 이끄는 #뉴욕 소재 '코브래앤김' #"현 정부 역시 자유무역원칙 위배" #법무부 19일 국내로펌 PT평가

김상윤(미국명 마이클 킴) 미국 변호사가 공동 대표인 코브레앤김은 미 법률 전문지 ‘아메리칸 로이어’가 집계한 ‘전미 200대 로펌(총 매출 기준)’에 포함된 로펌이다. 엘리엇이 지난달 13일 ‘중재 의향서(notice of intent)’를 제출한 데 이어 실제 우리 정부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까지 상정해놓고 법률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제분쟁 업무에 능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엘리엇과 최근 국내에 수차례 미팅을 가진 뒤 코브레앤김이 실제 ISD가 제기되면 엘리엇 대리인단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실 코브레앤김은 일반 대중에게도 낯익은 회사다. 2015년 3월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마카다미아 땅콩을 서비스했던 여성 승무원 김모씨의 미국 내 민사소송을 대리했기 때문이다. AP통신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김씨는 소송 없이 조 전 부사장, 대한항공 등과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으나 대한항공과 손해배상 등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미 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코브레앤김은 2003년 로펌 설립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 한국 대기업 등 거대 클라이언트 사건은 최대한 수임하지 않으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고 한다. 2015년 서울 사무소를 만들었으며, 미국 법무부(DOJ) 연방 검사 출신 김 대표가 직접 서울에 상주하며 송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로펌 코브레앤김의 마이클 김 대표 [사진 코브레앤김]

뉴욕 로펌 코브레앤김의 마이클 김 대표 [사진 코브레앤김]

엘리엇은 국내 로펌으로는 국제분쟁 분야에서만 10~20년 경력을 쌓은 전문 변호사가 있는 중소 전문 로펌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엘리엇 사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엘리엇은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현 정부 역시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게 자본의 국적을 나누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점 때문에 한국 사정에 능통하면서 재벌에 독립적인 로펌을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역시 정부 측 법률 대리인 선정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대형 로펌 7곳(김앤장ㆍ세종ㆍ태평양ㆍ광장ㆍ화우ㆍ율촌ㆍ지평)에 보냈던 ISD 입찰 의향서 접수를 지난 16일 마감했다. 이 가운데 로펌 한두곳은 입찰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18일 입찰에 참여한 로펌만을 상대로 경쟁 프리젠테이션(PT) 평가를 실시한다.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A4용지 4장 분량의 중재의향서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한국 정부에 최소 6억7000만 달러(약 7200억원)로 추산되는 손실·이자비용 등에 대한 손해 배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