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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국민 의혹없게 처리” 문무일 “검찰 감독이 총장 직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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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 들어서고 있다. 박 장관은 브리핑에서 강원랜드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에게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 들어서고 있다. 박 장관은 브리핑에서 강원랜드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에게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지난 15일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축소 논란이 대검찰청 반부패부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 사이의 ‘수사 지휘권’을 둘러싼 법리 다툼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국 검찰의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부와 출범 당시 ‘독립성’을 보장받았다고 알려진 강원랜드 수사단이 맞붙는 형국이다.

수사지휘권 검사 항명 이틀째 #수사단 “김우현 반부패부장 외압” #반부패부 검사는 “적법절차” 반박 #18일 전문가 자문단 회의가 고비 #반부패부장 등 기소 여부 결정

핵심 쟁점은 김우현(51·사법연수원 22기) 대검 반부패부장, 최종원(52·연수원 20기) 서울남부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할지 여부다. 두 검사장급 검사는  춘천지검의 강원랜드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우현 부장은 문무일(57·18기)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진에 속한다. 검찰 조직 차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강원랜드 수사단은 “김우현 반부패부장이 지난해 춘천지검 수사 때부터 직권을 남용해 수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 등 정치권 인사로 사건이 번지지 않도록 대검이 수사를 축소했다는 의미다. 수사단 관계자는 “단순히 권 의원과의 전화통화 뿐 아니라 명백하게 기소를 할 만한 외압의 정황·증거를 찾았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수사단은 또 지난달 25일 문 총장에게 김우현·최종원 검사장 기소 문제와 관련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건의했다. 수사심의위는 올 1월 국민이 기소권을 행사하는 미국 대배심을 모델로 문 총장이 직접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문 총장이 법조인 중심의 ‘대검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거치라고 하자 당초 수사 독립성을 공언한 것과 다른 수사 지휘권 행사라고 받아들였다.

이에 대검 반부패부 김후곤(53·21기) 선임연구관(차장검사)은 16일 강원랜드 수사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검찰 내부통신망 ‘e프로스’에 “수사 지휘 과정은 불편부당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하고 적정한 절차였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자신의 직속 상관인 김우현 반부패부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 그는 “대검 반부패부장이 권성동 의원의 항의전화를 한 차례 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를 압력으로 받아들이거나 압력에 굴복해 춘천지검의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선임연구관은 “대검과 일선 청 사이의 이견은 수사 지휘권의 본질상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한 사람(안미현 검사)의 주장만으로 대검의 수사지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적었다. 대검이 특수수사를 지휘하고 지원·조율·감독하는 건 당연한 업무라는 것이다.

이날 서초동 대검찰청 현관을 나서는 문무일 검찰총장. [장진영 기자]

이날 서초동 대검찰청 현관을 나서는 문무일 검찰총장. [장진영 기자]

양부남 단장에게 준용되는 ‘특임검사 운영 지침’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특임검사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 범위를 벗어날 경우 직무를 중지시킬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대검은 바로 이 조항 때문에 ‘전문 자문단’ 심의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는 문무일 총장의 지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내분이 터지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진화에 나섰다. 박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관계자의 의견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고 그로 인해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처럼 비쳤다”며 “(강원랜드 수사와 관련) 문무일 총장에게 국민의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엄정히 처리해줄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수사 축소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문 총장은 “검찰권이 바르게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 총장의 직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검과 수사단 간의 갈등은 오는 18일 대검에서 열리는 전문 자문단 회의에서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전문자문단이 기소를 결정하면 김우현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은 재판에 회부된다. 대검은 이날 7명 안팎의 전직 검찰 출신 변호사 등으로 자문단 구성을 마무리했다.

김영민·정진우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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