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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표밭? 지역별 투표 쏠림 적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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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각디자인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래픽 디자이너 조현익씨. [사진 조현익]

시각디자인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래픽 디자이너 조현익씨. [사진 조현익]

자칭 ‘정치 덕후’인 그래픽 디자이너 조현익(27)씨는 매번 똑같은 컴퓨터그래픽(CG), 경마식 판세 분석, 엇비슷하게 겉만 핥다 끝나는 선거 보도가 지겨웠다. 전국에서 4016명의 ‘우리 동네 정치인’을 선출하는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후보들은 확정도 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공약들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씨는 ‘디자이너의 특기를 살려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투표 캠페인 방법’을 고민했다. 최근 그가 지역별 『전국투표전도 2018』을 만들게 된 계기다.

『전국투표전도』 낸 디자이너 조현익 #선관위 자료·언론 보도 등 다 모아 #수도권·충청권 등 4개 권역 분류

전국투표전도는 지역별 지방선거 역사와 주요 이슈, 올해 주목할 지역 등을 글과 인포그래픽으로 담아냈다. 이 내용을 전국 개괄, 수도권·강원도, 충청권, 전라권·제주도, 경상권 등 다섯 권의 책에 담았다. 조씨는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이 될 데이터를 한눈에 들어오는 그래픽으로 정리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펴낸 『전국투표전도 2018』. [사진 조현익]

크라우드펀딩으로 펴낸 『전국투표전도 2018』. [사진 조현익]

책에는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지역별 지방선거의 역사와 트렌드, 지난 4년간 지역민의 삶 속에 얽힌 이슈 등이 세밀히 담겨 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한 조씨는 “졸업 작품을 구상하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그래픽 디자인에 접목해봤다”고 했다. 졸업 작품으로만 두기 아쉬워 꾸준히 업데이트한 결과가 지금의 전국투표전도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픽을 만드는 일보다 더 어려웠던 건 지역 이슈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먼저 지방에 사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수집하고 지역 언론을 통해 그간 해당 지역에서 벌어졌던 사건·사고 등을 토대로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자료도 참고했다. 내용이 흥미로워도 검증할 수 없는 정보는 과감히 버렸다.

“자료를 모으면서 다양한 이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광주광역시는 넓은 땅에서 개발이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진행돼 구별로 시설 유치 갈등이 엄청 뜨거웠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흔히 ‘OO당 표밭’이라고 불리는 지역들의 과거 선거 결과를 보면 쏠림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고 매번 지지율이 들쑥날쑥했다는 점이다. 경북 성주는 사드 배치를 전후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10% 넘게 출렁이기도 했다.”

전국투표전도의 출판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마련했다. 목표 금액 200만원을 5일 만에 달성했고 16일 기준 504명이 참여, 1126만888원(목표 금액의 563%)이 모였다. 조씨는 “주변에서 ‘이런 책은 정말 정치에 관심이 깊은 사람만 사지 않겠어?’라며 걱정했었는데 예상보다 호응이 좋았다”며 “많은 분이 이 작업을 참신하면서도 꼭 필요한 일로 봐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책은 오는 22일까지 펀딩을 받은 뒤 다음달 1일 후원자에게 일괄 발송된다. 현재는 PDF 파일로 책 내용을 받아볼 수 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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