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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어느 외사계 형사의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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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김영선 경사(右)와 박동윤 경사가 위조달러를 살펴보고 있다. [조용철 기자]

11일 오후 2시. 서울경찰청 외사3계 김영선(43) 경사는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오전 잠복 근무가 허탕을 친 탓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검거한 비자 발급 브로커의 공범인 공문서 위조범을 쫓고 있다.

용의자의 생활 근거지라는 서울 강남 일대를 4시간 가까이 뒤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못 올렸다. 그는 보통 오전 6시30분에 집을 나선다. 수사일정을 점검하고 정보원들과 만날 약속을 정한 뒤 회의를 하면 9시쯤 된다. 회의가 끝나면 바로 밖으로 나간다.

김 경사는 점심을 먹자마자 경기도 일산으로 향했다. 또 다른 공범 한 명을 붙잡아 외사계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30분이었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검거자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음날 일정을 점검하다 보면 오후 8시. 이후에는 또다시 정보 수집 활동에 나선다. 김 수사관은 "밤 12시 전에만 집에 들어가도 아이들이 반긴다"며 웃었다.

그는 연말부터 5개월간 ▶미국 비자 위조단▶성매매 여성 불법 송출 조직▶호적을 위조해 중국동포를 불법 입국시켜온 일당 등 4건을 연달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탰다.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경찰은 최근 외사 분야의 인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아직 일손이 모자란다고 한다. 14년간 일선 경찰서 강력팀과 폭력팀에서 근무하다 2년 전 외사 분야로 옮긴 그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국제 범죄를 수사하는 외사요원들은 사건을 해결하면 바로 국가의 신인도를 높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사요원에게 첩보 수집 능력과 수사력은 기본. 외국인 피의자를 검거하면 전문 통역관과 함께 조사하지만 국외 도주자 인수 또는 현지 공조 수사를 위해 가끔 해외출장도 가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도 길러야 한다. 김 경사는 "외국인 검거에 따른 국가 간 마찰이나 인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외국의 수사관행과 절차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임장혁 기자 <jh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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