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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의 미래는 모바일 … PC 리니지와 결별 선언한 김택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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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15일 오전 서울 역삼동 더라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M에서 PC리니지와 차별화된 독자적인 콘텐트와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콘솔·모바일·PC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직접 즐긴다. [뉴스1]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15일 오전 서울 역삼동 더라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M에서 PC리니지와 차별화된 독자적인 콘텐트와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콘솔·모바일·PC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직접 즐긴다. [뉴스1]

게임회사 엔씨소프트(NCSOFT) 창업주인 김택진(51) 대표가 출시 1주년을 맞은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들고 북미·일본·중국 시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5일 서울 역삼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도전을 하기 위해, 이미 만든 리니지M을 현지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올 뉴 리니지M’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창업 21주년, 리니지 출시 20주년을 맞은 김 대표가 리니지M을 계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엔씨소프트 대표 글로벌 출사표 #리니지M으로 6개월 새 1조 매출 #그래픽·콘텐트 대대적 업데이트 #상대적으로 부진한 미·중·일 공략 #올해부터 게임 개발 총괄직 겸해 #‘아이온’등 10개 프로젝트 총지휘

리니지M은 개발 기간만 2년이 넘게 걸려 지난해 6월 출시됐다. 1998년 출시된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이다. 출시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도 매일 수만 명이 즐기는 대표적인 ‘인기 IP’인 리니지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PC 방 문화와 함께 온라인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90년대 후반 리니지를 시작한 30~40대들이 주 사용자층이다. 리니지M은 지난해 6월 출시후 한 달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확보했다.

엔씨소프트는 경쟁사보다 모바일 시장에 대응을 못 한다는 평을 듣다가 리니지M으로 반전을 보여줬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9953억원. 전체 연 매출의 56.6%를 차지했다. 전년도엔 2.6%이었다. 모바일 게임 매출은 대부분 리니지M에서 나온 걸 감안하면, 게임 하나가 6개월 동안 1조원의 매출을 안겨준 셈이다.

이날 간담회 무대에 오른 김 대표는 “리니지M이 단순히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가질 수 있는 IP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오늘 PC 리니지와의 결별을 선언한다”고도 말했다. PC나 모바일에서 모두 즐기는 리니지가 아니라 ‘모바일 따로, PC 따로’가겠다는 얘기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김 대표는 단순히 “1000만 이상의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발돋움을 하겠다”며 “해외 진출은 단순히 리니지M을 현지화해서 글로벌 시장에 나가겠다는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성구 리니지 유닛장(상무)은 “일본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할 예정이고, 해외버전 리니지M을 위한 전담 개발팀이 따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의 기존 해외 진출 성과는 경쟁사보다 눈에 띄지 않았다. 뚜렷한 ‘대박’이 없어서다. 김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미주법인 엔씨웨스트 사장이 이끄는 북미 시장에서는 현지 법인서 자체 개발한 게임(길드워)과 한국에서 개발해 내보낸 게임들(아이온·블레이드앤소울 등)을 출시했지만, 북미·유럽의 지난해 매출은 1404억원이었다. 일본은 433억원, 대만은 38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경쟁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달렸다. 넥슨은 5000억원에 인수한 네오플의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지난 10년간 매년 수천억원을 중국에서 벌었다. 특히 지난해 네오플은 이 게임 하나로 영업이익만 1조원 이상 남겼다. 국내에선 존재감이 덜한 스마일게이트도 1인칭 총쏘기 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끄는 덕분에 매년 6000억원씩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날 김 대표가 더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의지를 보인 것도 ‘한국형 게임’ 리니지 개발사라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지 시장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 들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엄격한 개발자형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한 김 대표는 올해부터 게임 개발 총괄직도 겸하고 있다. CEO이자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로서 엔씨소프트가 진행 중인 10여 개 프로젝트의 개발을 총지휘하는 자리다. CCO는 직전까지 부사장이 맡았었다. 김 대표가 리니지M,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등 주요 게임을 개발하는 캠프(개발 조직 단위) 리더들과 직접 프로젝트 세부 사항을 의논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공대 출신 IT 벤처 1세대들이 상당수 이사회 의장이나 벤처투자자 등으로 활동하는 반면, 그는 여전히 개발자이자 CEO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AI센터·NLP(자연어처리) 센터 등 인공지능 연구개발(R&D) 인력 100여명과 게임 비주얼·엔진·사운드 등 게임 관련 신기술 조직도 대표 직속에 두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잘 될 만한 게임을 유통(퍼블리싱)하는 사업에 거의 비중을 두지 않고 게임 개발만 고집하는 이유도 김 대표의 영향이 크다. 최근 2년간 채용한 직원 800명도 대부분 개발자다.

지난해 일본 닌텐도가 출시한 게임기 ‘스위치’를 전 직원에게 선물했던 김 대표는 새로 나온 게임들을 직접 해보고 직원들과 토론하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에도 그는 직원들에게 “내가 게임 회사 CEO인 이상 내로라하는 글로벌 회사들의 게임들은 직접 찾아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며 “우리가 부족한 게 뭔지, 보완할 게 무엇인지 경험해보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이날도 김 대표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리니지 그래픽의 끝이 어딘지를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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