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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러 강탈 대한제국공사관, 113년만에 태극기 날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8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이 완료됐다. 사진은 공사관 외부 전경.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오는 22일(현지시간) 개관식을 열고 박물관 역할로 일반에 개방된다. [연합뉴스]

188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이 완료됐다. 사진은 공사관 외부 전경.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오는 22일(현지시간) 개관식을 열고 박물관 역할로 일반에 개방된다. [연합뉴스]

한일합병 직후 빼앗겼던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한·미 수교 136주년인 오는 22일 다시 문을 연다. 태극기도 113년 만에 다시 걸리게 됐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측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워싱턴 로건 서클의 역사지구 공원에서 공사관 개관식을 개최하고 국기 게양식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개관식에는 1889년 개관 당시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독립유공자 월남 이상재 선생의 증손, 김종진 문화재청장이 참여할 예정이다.

단돈 5달러에 강탈당한 공사관은 구한말 대미 외교의 현장이었다. 

1877년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정치인 세스 펠프스가 자택으로 건립했던 이 건물은, 1889년 2월 대한제국이 2만5000달러에 사들였다. 하지만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긴 뒤 폐쇄됐고, 1910년 한일 합병 직후 일제가 단돈 5달러에 강제 매입한 후 미국인에게 10달러에 처분되는 아픔을 겪었다.

2003년 재미 한인 사회는 '한국인의 미국 이민 100년'을 계기로 공사관 매입에 나섰다. 문화재청 역시 정부 차원의 매입 필요성을 느끼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을 통해 2012년 10월 당시 소유자였던 변호사 티머시 젱킨스로부터 350만 달러(39억5000만원)에 매입한 뒤 6년간 고증·복원 작업에 매달렸다.

188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이 완료됐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오는 22일 개관식을 열고 박물관 역할로 일반에 개방된다. 사진은 접견실. [연합뉴스]

188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이 완료됐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오는 22일 개관식을 열고 박물관 역할로 일반에 개방된다. 사진은 접견실. [연합뉴스]

고증·복원 비용만 총 100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빅토리아 양식에 맞는 책상·의자·침실 등 각종 집기와 꽃무늬 카펫, 벽지도 특별 주문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오수동 미국사무소장은 “한국 규장각뿐 아니라 미국 언론의 마이크로필름까지 뒤져 철저히 고증했다”고 말했다.

공사관에는 초대 공사였던 박정양, 최초의 주러시아 공사를 지내기도 했던 이범진 등의 외교활동 사진도 걸려 있다. 1907년 고종이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비밀 파견했던 ‘헤이그 특사’ 3인방 중 한 명인 독립운동가 이위종 선생의 어린 시절 사진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위종 선생은 이범진 공사의 차남으로, 영어·러시아어에 능통해 ‘헤이그 특사’의 통역을 맡았다.

한종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차장은 “이채연 공사는 귀국 뒤 한성(서울) 부시장을 하면서 서울시청 앞에도 공사관 앞 로건 서클과 닮은 서클을 만들었다. 공사관의 역사는 한국 근대사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 1층에 3층 건물인 대한제국 공사관 1층은 접객실과 식당, 2층은 공사 집무실과 침실, 서재로 구성돼 있다. 침실이나 연회장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3층은 공사관 및 한·미 관계 역사를 홍보하는 전시실이 됐다. 공사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에게 공개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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