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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납품 학교 급식서 상한 생선에 이물질 검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최대 수산물 유통업체인 수산업협동조합(수협) 중앙회가 벌레와 녹슨 못 등 각종 이물질이 섞이거나 상한 수산물들을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해 왔다고 한겨레가 12일 보도했다.

한겨레는 수협 중앙회 급식사업팀 서울.경기.천안 지역 22곳 영업점장들의 '2004년 클레임 일지'를 11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방학기간을 뺀 2004년 8개월 동안 각급 650여 학교에서 409건의 항의.시정요청(클레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생선살이 상해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신선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게 무려 102건에 이르며, 여기에 녹슨 못.파리.집게벌레 등 각종 이물질이나 벌레가 나와 받은 항의도 72건에 달했다. 또 '요구한 조건 부적합'이 173건, 냉동 불량 15건, 원산지 다름.엉뚱한 제품 등이 47건이었다.

한겨레는 이 때문에 학생들이 식사를 마친 뒤 통북어 아가미에서 벌레를 발견하는 등 이물질을 먹은 사건도 상당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2004년 6월7일 서울 신창중학교에서는 교무부장이 멸치에 섞였던 못을 씹어 병원에서 치료받는 등 이물질을 씹다 다친 경우도 여러 건 있었다.

수협 수산물을 각 학교에 공급하는 많은 영업점장들은 수협 수산물의 이런 문제점들이 2005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영업점장은 "항의 건수는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 납품하는 한 영업점장은 "지난해 우리 영업점에는 1주일에 클레임이 보통 서너 건 정도 들어왔는데, 올해는 좀 줄어드는 것같다"고 말했다.

수협에서 수산물을 공급받은 한 중학교 영양사는 "수산물 품질에 문제가 있어 최근 항의를 제기한 적이 있으나, 학교 방침상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경기 고양시의 한 중학교는 "지난해 수협에서 생선 색깔이 변하거나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나는 오징어 등을 납품받은 적이 있다"며 "올해부터는 납품 업체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협은 "품질이 나빠 영업하기가 어렵다"는 점장들의 품질개선 요구를 여러차례 묵살해 왔다고 전.현직 점장들이 증언했다. 영업점장 모임인 영업점협의회는 2004년 6월 수협 중앙회에 공문을 보내 품질 및 작업장 개선과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으며, 문제점도 완전히 바로잡히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측은 "이물질이 그 (클레임 일지에 기록된) 정도로 검출됐다면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HACCP) 시행기관 지정을 취소할 수 있고,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약청은 2002년 처음 수협을 이 제도 시행기관으로 지정한 뒤 해마다 갱신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김용원 수협 중앙회 급식사업팀장은 "못 등의 이물질이 나온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지만, 2005년 이후 시설을 개선해 현재는 항의가 현저하게 줄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2005년엔 '클레임 일지'를 작성하지 않아 전체 클레임 규모를 집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999년부터 학교 급식용 납품사업을 시작한 수협 중앙회는 2006년 현재 서울.경기 지역에서 직영 급식을 하는 2228곳 초.중.고교 가운데 644곳(28.9%)에 수산물을 공급하는 등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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