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못 믿겠다는 김정은을 시진핑이 달래며 한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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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 했고, 시진핑은 미국과 합의하면 중국이 비핵화 도중에라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4일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7~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ㆍ중 정상회담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중국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산책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중국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산책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 내용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미국은 비핵화를 끝내면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요미우리"美와 합의땐 비핵화 도중이라도 지원" #北엔 비핵화 요구,美엔 '단계적 보상'가능성 타진 #시진핑,중재자 역할로 한반도 영향력 키울 의도 #

완전한 비핵화 달성전에는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태도에 김 위원장이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어 김 위원장은 “미국과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중국이 중간 단계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시 주석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포괄적으로 타결해야 한다”며 ‘북ㆍ미간 비핵화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이어 “미국과 합의하고 비핵화에 구체적인 진전이 있으면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대의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7일 열린 연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7일 열린 연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요미우리는 “김 위원장이 방중 뒤인 9일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됐다”며 “시 주석에게서 경제지원에 전향적인 약속을 받아낸 김 위원장이 안심하고 평양으로 돌아갔고, 이런 것들이 그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지원 방침에 안심하고 돌아간 김 위원장이 직후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완전한 비핵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수 있다.

시 주석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김 위원장에겐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응할 것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과의 회담 뒤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와 보상’ 프로세스를 전달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중국이 북ㆍ미 회담을 앞두고 중재자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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