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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폐기 첫걸음....미국으로부터 선물 약속 받은 듯

중앙일보

입력

남북 정상이 지난달 27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의 비핵화가 첫걸음을 뗀다.
 북한이 12일 밤 외무성 ‘공보’(公報)에서 함북 풍계리의 핵실험장 폐쇄 계획을 공개했다.외무성은 “오는 23~25일 중 기상을 고려해 북부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핵실험은 핵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부품들이 한번에 작동하는지를 평가하는 종합테스트”라며 “핵실험장 폐쇄는 향후 핵무기 개발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발표를 환영한다”며 “남북 상회담 때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12일(현지시간) 북한의 폐쇄 결정에 대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6월 12일 큰 정상회담에 앞서 이번 달에 핵실험장을 폐기(dismantle)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생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 폐쇄를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때는 "5월중"이라고 시점을 못박았다. 외무성 공보는 이런 조치의 연장이지만 당초에는 의혹의 시선도 있었다. 미국과 협상과정에서 ‘말 대 말’ 또는 ‘행동 대 행동’을 내세웠던 북한이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나 경제지원 등의 조치 없이 과연 먼저 행동에 나설까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일단 먼저 발걸음을 움직였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방관이 방북(9일)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심도있는 대화를 했을 것”이라며 “적어도 (북ㆍ미)관계 정상화를 신뢰할 수 있는 대화가 오가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직후 ‘북한의 번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건 예사롭지 않다”며 “북미정상회담(다음달 12일 예정)을 앞두고 북한이 선제조치를 함으로써 미국의 경제지원을 김 위원장이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에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의 성의있는 조치를 요구해왔다. 그러면서 성의있는 조치를 취할 경우 당근책도 내놓을 태세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때 북한이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한데 이어 핵 실험장 폐쇄까지 실행하기로 한 점을 미뤄볼 때 북한이 기대하는 조치를 미국으로부터 약속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난관은 여전하다. 특히 북한은 이미 다량의 핵물질과 기폭장치, 상당한 수준의 핵탄두 제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없애는 과정이 녹록지 않아서다. 그래서 메인 게임은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그 이후 로드맵을 만들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통을 이겨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북ㆍ미가 북한의 비핵화에 합의하면 검증 과정에서 북한의 신고와 국제사회의 검증ㆍ사찰은 필수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시설이나 수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북한이 악용해 불성실한 신고를 하다 탄로날 경우 양국간 신뢰 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사찰에 비협조적일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장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능력을 추정하기 위해선 핵실험장의 시료채취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핵실험장 폐쇄 행사의 초청 대상도 전문가는 빼고 언론으로 한정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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