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안' 대안학교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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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부산에 전국 처음으로 코시안(Kosian.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을 위한 대안 초등학교가 이르면 9월 문을 연다.

'아시아 공동체 학교 설립 추진위원회'는 10일 "코시안들이 편견을 넘어 당당한 세계인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9월 개교 예정으로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안학교 설립을 위해 전직 교수.교사 등 10여 명이 1월 추진위를 결성했다.

추진위는 독지가 도움을 받아 남구 문현동 지하철2호선 지게골역 인근 3층짜리 건물 2, 3층 200여 평을 임대해 대안학교를 연다. 학교 운영자금은 독지가와 후원회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하일민 추진위 위원장은 "시가 4억원의 건물을 무료 임대받았고 이달 말 기업체 등을 포함한 후원회를 발족해 공개적으로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무를 맡은 박효석(40)씨는 "대략 한 달에 교사 월급 900만원(1인당 150만원)과 식비 등 1500만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1월부터 현재까지 800여 만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대안학교는 교실(6개).식당.시청각교육실.도서관 등을 갖추게 된다. 교장실.교무실도 따로 마련된다. 추진위는 "교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교사 6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학생 수는 학년별로 10명씩 총 60명 규모로 운영되며 교과목은 일반 초등학교 교과와 비슷하다.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음악.미술.공예.태권도 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교과 준비를 하고 있는 이철호(44)씨는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은 추진위가 채용하는 교사들이 맡고, 예.체능은 자원봉사자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교사와 학생 간 일대일 교육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라며 "한국어. 외국어 등 2개 국어를 구사하는 코시안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교과과정에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먼 곳에서 사는 학생을 고려해 오전 9시40분 시작해 오후 5시 마친다. 수업료는 무료다. 추진위는 우선 부산에 사는 코시안 학생 대상으로 운영하고 내년부터 점차 다른 지역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1년 정도 운영한 뒤 경남 양산 인근에 기숙사가 딸린 건물을 마련해 전국적으로 학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기금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일민(전 부산대 교수) 추진위원장은 "코시안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지 못한 데다 사회적 편견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토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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