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 회의서 론스타에 매각 분위기 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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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과정에서 매각 자문사로부터 돈을 받은 전용준씨(오른쪽)와 매각 자문사 박순풍 대표가 1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7월 15일 아침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 2층 회의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비밀리에 진행된 당시의 '10인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갑자기 회의가 소집된 경위와 무슨 말들이 오갔는지 등을 분석하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의문점이 어느 정도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매각작업을 주도했던 전용준(50) 전 외환은행 경영전략부장에게서 "10인 회의는 당시 재정경제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 등 정부 관료들이 소집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론스타 측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위기가 굳어졌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정부 측의 압력 있었나=10인 회의에는 청와대를 비롯해 재경부.금감위.외환은행.모건 스탠리(매각 주간사) 등의 관련자들이 참석했다.

검찰은 10인 회의 이후 외환은행이 "2003년 말 예상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6.16%로 파악하고 있다"는 내용의 팩스를 금감위 측에 보내는 등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가 발빠르게 진행됐던 점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금감위는 이 팩스를 토대로 같은 해 7월 25일 "외환은행은 BIS 비율이 6.16%로 떨어져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아닌 투자자도 인수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은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투자자가 은행을 인수하려면 인수대상 은행이 BIS 비율 8% 미만의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야 된다.

검찰은 이에 따라 재경부가 당시 회의를 소집하게 된 이유와 회의 과정에서 외환은행 측에 압력을 넣었는지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 엇갈리는 주장=회의 참석자 중 변양호.김석동.이달용.유재훈씨 등은 경기고 동문들이다. 특히 변씨와 김씨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인맥으로 통한다. 이 전 부총리는 당시 론스타의 법률 자문사인 김&장의 고문을 맡고 있었다. 또 이강원씨와 전용준씨는 서울고 선후배 사이다. 이강원씨도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된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외환은행 매각은 이헌재 사단의 불법적인 작품"이라고 비판한 근거도 여기에 있다. 10인 회의 이후 BIS 비율이 조작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변양호씨는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6.16%보다 더 낮은 4.4%였다"며 "론스타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헐값 매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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