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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회사 ADT캡스 인수한 SK텔레콤…통신사들의 '脫' 통신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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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SK텔레콤이 국내 2위 안전·보안 업체 ADT캡스를 1조2760억원에 인수한다고 8일 발표했다. 부채(1조7000억원)를 포함하면 총 인수 가격은 2조9700억원에 달한다. 성장성이 높은 보안 서비스에 SK텔레콤의 주력인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사업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다.

맥쿼리와 1조2760억원에 인수…SKT, 지분 55% 확보 #"성장성 높은 안전·보안 사업에 정보통신기술 적용할 것" #통신사들, 미디어·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 소스 물색 중 #

SK텔레콤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공동으로 ADT캡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SK텔레콤은 7020억원을 투자해 지분 55%와 경영권을 확보하고, 맥쿼리는 5740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보유한다. 이번에 두 회사가 인수하는 회사는 ADT캡스 주식을 100% 보유한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다.

두 회사는 이날 매각 주체인 칼라일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기업결합 신고·승인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인수 작업은 이르면 올해 3분기 안에 끝난다.

출입·시설 관리 등 물리적인 안전 보호가 주 사업 영역인 ADT캡스는 지난해 721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8%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보안 시장 1위는 일본 세콤이 최대 주주로 있는 에스원(점유율 56%)이다.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설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실제로 SK텔레콤은 2013년 ADT캡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관심을 보였지만 예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가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계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이 약 2조원을 들여 ADT캡스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

-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함께 ADT캡스 지분 100%(1조2760억원) 인수

- 양사가 ADT캡스 주식을 100% 보유한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를 인수

- SK텔레콤은 7020억원 투자해 ADT캡스 지분 55%와 경영권 확보

-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는 부채 1조7000억원을 포함해 기업가치 2조9700억원
- 매각 주체인 칼라일과 주식매매계약 체결한 뒤 3분기 내 인수 완료 예정

SK텔레콤은 ADT캡스 대신 2014년 당시 시장점유율 3%대였던 중소 규모의 보안회사 NSOK를 인수해 보안 분야 경험을 쌓았다. NSOK는 2016년 11월 SK텔링크의 자회사로 넘어갔고 가입자 수는 피인수 당시 4만 명에서 지난해 10만명까지 늘었다.

국내 안전·보안 시장은 여전히 대규모 인력과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이뤄지는 전통적인 보안 개념에 충실한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최근 몇 년 새 보안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기술을 보안 서비스에 적용하면 최첨단의 보안 서비스·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이버 보안뿐 아니라 물리적 위협을 막기 위한 각종 예방·경고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마존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스마트폰 초인종·보안 카메라 제조업체 '블링크'의 제품 사진. [사진 아마존]

아마존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스마트폰 초인종·보안 카메라 제조업체 '블링크'의 제품 사진. [사진 아마존]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10억 달러(약 1조원)를 들여 스마트폰 초인종, 보안 카메라 제조업체 '블링크'를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도 인공지능 기반 사이버 보안 기업 '스쿼럴'(1월)과 비디오카메라 초인종을 만드는 스타트업 '링'(2월)을 연달아 인수했다. 지난달부터는 가정용 보안 서비스·단말기를 패키지로 판매하고 설치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구글은 스마트 도어락·초인종 등을 만드는 계열사 '네스트'를 지난해 12월 흡수 합병했다. 네스트는 도어락 외에도 디지털 온도 조절기·방범용 카메라·가전 기기 등을 통합하는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구글이 네스트와 합병한 것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홈 기기 시장에서 핵심 사업자로 매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구상도 이런 구글·아마존의 보안 사업 전략과 맥락을 같이 한다.

SK텔레콤은 이번 ADT캡스 인수로 손자회사 NSOK까지 연계해 차세대 글로벌 보안 시장에서 IT 거인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ADT캡스 인수 추진 사실을 인정하면서 "(인수가 성사되면)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에 큰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개인·자산과 관련한 안전 서비스라는 틀에서 벗어나 안면 인식·자율주행차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보안 서비스에 주력할 것"이라며 "ADT캡스를 2021년까지 매출 1조원 이상의 회사로 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무인 편의점에서 SK텔레콤이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고객을 응대하고, CCTV가 고객을 분석해 할인 정보를 미리 주거나 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나 출동 서비스도 처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카메라·센서를 통해 이상 행동을 포착할 수 있다.

<신수종 사업 발굴하는 이동통신사들>

▶SK텔레콤

- SMㆍJYPㆍ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음원 시장 진출 예정
- 에릭슨ㆍBMW코리아와 함께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 중

▶KT
- 전기차 공용충전 사업자로 전기차 인프라 확대 중
-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형 미디어 콘텐트·플랫폼 투자

▶LG유플러스
- CJ헬로 등 케이블TV 인수·합병(M&A)도 검토 중
- 드론 관제 시스템 구축 등 드론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사업 추진 중

SK텔레콤이 보안업체 인수에 거액을 들인 것은 신성장 동력을 찾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이통사들은 포화 상태인 이동통신 대신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편요금제 등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쏟아내고, 통신사들을 압박하는 것도 통신사들의 '탈(脫)' 통신 전략을 부추긴다.

KT는 지난해부터 ▶미디어 ▶스마트 에너지 ▶재난·안전·보안 등을 차세대 주요 사업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KT는 전기차와 관련한 충전 등 각종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실감형 미디어 콘텐트와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비롯해 딜라이브·현대HCN 등 케이블TV 회사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CJ헬로는 케이블TV 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약 13%)을 차지하고 있어 통신사들에게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꼽혀왔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인터넷TV(IPTV) 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된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홈 미디어 분야 강자가 되면 결국 모바일 분야의 강자도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SM·JYP·빅히트 등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손잡고 음악 유통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음원뿐 아니라 K팝으로 대표되는 문화 콘텐트 사업과 연계한 각종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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