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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파괴 주범 된 예쁜 꽃사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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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계류장에 갇혀 있는 대만 꽃사슴. [사진 속리산사무소]

속리산 계류장에 갇혀 있는 대만 꽃사슴. [사진 속리산사무소]

적갈색 몸에 박힌 흰 반점이 예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꽃사슴’이 속리산에서 골칫덩이가 됐다.

야생 꽃사슴은 원산지를 표시해 ‘대만 꽃사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속리산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20여마리에 불과하던 1990년대 이후 150여마리까지 개체수를 불리면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쁜 이름이나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이곳에서는 황소개구리처럼 생태계 교란 동물 취급을 받고 있다. 이들은 속리산의 토종식물을 뜯어먹어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고, 산양ㆍ노루ㆍ고라니 같은 고유종 서식지를 빼앗고 있다.

속리산에 사는 대만 꽃사슴들은 농가에서 탈출했거나 종교행사를 통해 방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속리산사무소 관계자는 “몸집 큰 대만 꽃사슴이 번성하면서 노루와 고라니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속리산 대만꽃사슴 포획 현장. [사진 속리산사무소]

속리산 대만꽃사슴 포획 현장. [사진 속리산사무소]

이에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속리산 국립공원에서 때아닌 꽃사슴 포획작전을 벌이고 있다. 먹이가 줄어드는 겨울철 주요 서식지와 이동 경로에 대형 포획망(그물)을 설치해 과밀한 개체를 솎아내는 중이다. 행동이 민첩하고 영리해 쉽사리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붙잡히지도 않지만, 이런 방식으로 2010년 이후 모두 93마리를 포획했다. 이중 6마리는 지난겨울에 붙잡았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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