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직장 내 성평등 아시아 최하위권…“성평등 이루면 GDP 172조원 늘어"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직장 내 성(性) 평등이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에서 양성평등이 이뤄질 경우 1600억 달러(172조원)의 국내총생산(GDP)이 창출돼 GDP가 9%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성평등을 향상시킬 경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2025년까지 최대 4조5400억 달러의 GDP를 추가적으로 창출한다. [자료 맥킨지]

성평등을 향상시킬 경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2025년까지 최대 4조5400억 달러의 GDP를 추가적으로 창출한다. [자료 맥킨지]

맥킨지가 발표한 ‘동등의 힘:아시아·태평양에서 여성 평등의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직장 내 양성평등 점수가 0.39점에 그쳐 18개국 평균인 0.44점을 밑돌았다. 파키스탄(0.22점)ㆍ인도(0.30점)ㆍ방글라데시(0.34점)ㆍ네팔(0.38점)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 점수는 여성의 일자리 참여, 남녀 간 임금 격차, 여성 전문직·기술직 비중, 간부급 진출 비중 등을 평가해서 구했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45%에 불과해 조사 대상 17개국 중 가장 낮았다. 17개국 평균은 56%였다. 또 무급 노동시간은 남성의 5배(여성 대비 남성 비율 19%)를 넘었다. 여성이 가정에서 육아ㆍ가사를 전담하는 게 일반적이고, 일을 하더라도 생산성이 낮은 직군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간부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남성의 12%에 그쳐 17개국 중 두 번째로 낮았다. 여성 직장인이 직장 내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고 간부로 승진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 여성의 전문직ㆍ기술직 진출 비중이 남성 대비 93%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점을 감안하면 문제점이 도드라진다.

성차별 해소해 양성평등을 이루는 것은 인권 개선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여성은 세계 생산가능인구의 50%를 차지하지만 전 세계 GDP 기여도는 36%, 노동력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맥킨지는 경제ㆍ사회적으로 완전한 성평등을 이룰 경우 추가로 얻는 경제효과가 2025년까지 세계적으로 11조71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세계 GDP가 11%나 늘어난다는 얘기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GDP 창출은 4조5400억 달러로 12% 증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2조6000억 달러)ㆍ인도(7700억 달러)의 GDP 증대 효과가 컸다.

여성의 경제력이 커지면 새로운 소비시장이 열리고 단순 업무를 하던 여성 노동을 생산성 높은 일자리로 옮기면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도 크다. 특히 노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노동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게 맥킨지의 설명이다.

케빈 스니더 맥킨지 차기 글로벌 회장은 “경제적 관점에서 여성들의 잠재력을 100% 활용하지 않은 채 성장을 추진하는 것은 한 손을 등 뒤로 묶고 싸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태 지역은 이미 글로벌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강력한 엔진”이라며 “여기서 성 불평등을 해소해 갈 경우 더욱 많은 여성들이 빈곤에서 해방될 수 있으며, 더욱 많은 이들이 경제적 잠재력을 실현하면서 더 역동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